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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에 매는 들되 강도는 조절할 가능성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지 이틀 뒤인 8일 평양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고 있다. [AP=뉴시스]



전격적으로 북한이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했다. 북한 당국은 이날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며 이로써 수소탄까지 보유한 핵보유국 전열에 올라서게 됐다”고 발표했다. 2013년 2월 12일 이후 약 3년 만에 재개한 북한의 핵실험에 따라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일로에 들어서게 됐다. 북·미, 북·중, 북·일 관계도 악화하면서 상당 기간 한반도 정세는 긴장과 갈등의 대결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한 축으로, 남한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을 한 축으로 하는 강대강(强對强) 대결 구도가 매우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북한 ‘4차 핵실험’… 동북아 정세 어디로

이번 핵실험은 초보적 수준의 수소탄 실험이거나 소형화 및 경량화를 목표로 한 원자탄 실험으로 보인다. 완성도가 높은 차원의 실험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 능력을 키웠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을 이틀 앞두고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의 출발을 알린 계기로 평가한다. 사실 그간 김정은의 집권 4년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의 동거 성격이 짙었다. 2013년 3차 핵실험이 자신의 존재를 내외에 알리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핵실험은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의 본격 가동을 선언하는 정치적 의미가 담긴 이벤트였다. 오는 5월로 예정된 7차 당대회를 앞두고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과 성과를 외부에 표출, 체제 내부 결속을 다지는 포석도 깔려 있다. 
생일 앞두고 김정은 체제 본격 출발 과시대외적으로 이번 핵실험은 핵무기 개발 능력을 한층 키워 향후 ‘벼랑 끝 전술’에 활용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크다. 오는 11월 8일 대선을 앞둔 미국 여론에 북핵 문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치군사적 충격파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북·중 관계에 있어서도 당분간 김정은의 방중이 어려워진 만큼 군사적 능력을 키워가면서 판 자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역시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냉각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감수하면서도 김정은은 핵실험을 했다. 요컨대 북한이 핵 능력을 충분히 확보한 후 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외부세계와 대화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다음 날인 7일 남북 민간교류와 대북지원 사업을 한시적으로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개성공단 또한 필수 인원만 두고 나머지 인원은 채류를 제한키로 했다.



보다 강력한 대응 조치로 박근혜 정부는 8일 정오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태 이후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8·25 합의’로 중단시킨 바 있다. 이 시점에서 방송 재개는 이 합의가 휴짓조각이 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실험에 이어 확성기 방송 재개로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8월과 같이 확성기에 북측의 고사총 조준사격이 이뤄지고 남측의 맞대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북한 당국의 뚜렷한 대응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강경 기조의 대응이 나올 것이다. 고사총 조준사격뿐만 아니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수역에 해안포나 함포 사격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인명살상은 피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북한의 저강도 무력시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사훈련까지 눈앞에 다가오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고사총 조준사격, NLL 무력시위 예상핵 능력을 충분히 확보한 후 국제사회의 관계에서 대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북한의 의도, 그대로 대외관계가 전개될 수 있을까. 유엔은 발 빠르게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의 칼을 갈고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의 네 차례 제재 때보다 수위가 가장 높을 것이다. 사실 유엔은 지금 4개의 제재 결의안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추가적 제재가 뭐가 있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 대북 고강도 제재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면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사례처럼 금융제재가 있을 수 있다. 금융제재가 가해진다면 북한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중국의 동의를 얻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은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미 대선 국면에 접어들었다. 곧 공화당 주자들은 4차 핵실험을 호재로 삼고 오바마 정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에 대해 오바마 정부가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없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미 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미 당국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진배치는 두 가지 측면의 의미가 있다. 하나는 북한의 추가적인 무력시위를 방지하는 예방적 차원의 전진배치다. 미국이 배치를 염두에 두는 전략자산은 B-2 스텔스기, F-22 랩터 전투기, 핵잠수함 등이다. 이 무기들은 북한의 특정 지역을 아주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이다. 김정은을 직접 겨눌 수도 있는 이런 압박의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또 다른 추가적인 군사적 무력시위를 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그것이 중국을 압박하는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막도록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진배치는 결국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은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간접적으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에 대해 압박에 나서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핵실험 직후 중국 정부도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근 모란봉악단 철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북·중 관계가 과거와는 달리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 이번 핵실험으로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북·중 간에는 균열이 더 커졌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봉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핵 능력을 키우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파국적 상황은 막아야사실 북한에 대한 제재 열쇠는 결국 중국이 갖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에 동참하는 기조로 갈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을 아예 떼 놓을 수는 없다. 매는 들되 그러나 매의 강도를 조절하는 행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고강도 제재에 들어갈 경우 중국은 그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관계 유지라는 두 카드를 적절히 배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중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핵실험으로 내부 결속과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통해 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와 국제사회의 비판, 특히 한·미·중의 강력한 반발이 맞서는 구도로 나아가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김정은의 맞대응 구도는 당분간 피치 못할 것 같다. 이 구도를 뚫고 김정은이 의도대로 한반도 정세를 끌고 가기는 버거워 보인다.



얼마 전 대남 온건파였던 김양건 당비서도 사망했다. 대남 강경 입장이 김정은 체제의 기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차 핵실험 이후 강경 행보는 결국 북한이 지금의 한반도의 판 자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대북 강경 입장이 상황을 끌고 가는 흐름이 이미 나오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역시 그 흐름이라고 봐야 한다.



우발적·돌발적 사태가 한반도에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대북 강경정책만으로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화를 염두에 둔 매우 신중한 제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반도가 파국적 상황으로 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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