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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 유세 때 춤추거나 어리니 과자나 먹으라니 …

쥐스탱 트뤼도(45)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2월 토론토 공항에서 시리아 난민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최근 캐나다·스페인·폴란드 등에선 젊은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AP=뉴시스]



청년 정치의 부상. 요즘 지구촌의 정치계를 달구고 있는 화두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45) 총리는 지난해 꾸린 첫 내각에서 여성과 소수민족, 장애인을 고루 기용해 캐나다 정치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스웨덴의 교육부 장관 구스타프 프리돌린(33)은 공교육 개혁의 기수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스페인 총선에선 좌·우파 신당의 30대 대표들이 30년 넘게 이어진 양당체제를 무너뜨렸다. 시선을 한국으로 돌려보자. 2016년 현재 행정부에서 40대 장관은 한 명도 안 보인다(유일한 40대인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개각으로 곧 물러난다).



한국선 왜 40대 총리, 30대 장관 볼 수 없을까 -상-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기준으로 30대 국회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평균 나이는 58세. 올 4월 20대 총선의 예비 후보자들 가운데 20, 30대는 현재 22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40대 총리와 30대 장관을 좀처럼 보기 힘든 구조다. 한국 정치는 왜 청년세대를 키우지 못할까. 중앙SUNDAY는 문제와 대안을 2회에 걸쳐 조명한다.



 



공인경(33)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부산시당 부대변인에겐 2014년 6·4 지방선거는 정치권의 높은 벽을 겪은 계기로 기억된다. 그는 당시 부산 지역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다. 공천 심사에서 순번을 당선 안정권 밖인 4번을 받아서다. 공씨는 “부산시당의 최고의결기구인 집행위원 2명이 1, 2번을 받았다. 자기가 정한 룰로 자기를 뽑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공씨의 힘을 더 빠지게 한 건 부산시당 관계자들이 그에게 불출마를 권유하면서 했던 얘기들이다. 공씨는 “‘젊은 친구가 왜 그러냐’ ‘이번에 양보해야 다음이 있다’는 등의 협박 아닌 협박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공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조경태 의원실 비서관으로 근무 중이다. “아직 정치에 대한 꿈을 버리진 않았는데 나처럼 젊은 세대가 이루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청년세대에게 정치권의 ‘유리천장(성별·인종·연령 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현상)’은 높고 단단하다. 물론 한국 정당에도 청년을 위한 공간이 없는 건 아니다. 새누리당은 청년국을, 더민주는 청년위원회를 각각 두고 있다. 그러나 두 당에서 ‘청년’의 기준은 ‘45세 이하’다. 사회 통념에서 청년이라 보는 20, 30대가 정당에서 찾기 힘들기 때문에 연령을 높인 것이다. 청년조직은 운영도 형식적이다. 공인경씨는 “정치권에선 청년세대를 선거 유세에 동원돼 춤이나 추거나 후보자 사진의 배경 역할만 하는 들러리로 본다”고 말했다. 그나마 더민주의 청년 당직자들은 새누리당을 부러워한다. 청년국의 역사도 오래됐고, 여당 프리미엄으로 당·국회·정부·기관 등에서 경력을 쌓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서 깜짝 발탁된 손수조(31)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정치 전반적으로 상황이 똑같아서 ‘어느 당이 낫다’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경선이나 선거에서 당선되려면 돈과 조직이 필요한데 30대에겐 어려운 문제다. 새누리당은 제도만 형식적으로 만들었을 뿐 청년세대 육성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11세에 입당해 19세에 의원이 되는 스웨덴 왜 이런 상황을 불러왔을까. ‘정치권에서 청년세대 정치인을 키워내는 환경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중앙SUNDAY와 인터뷰한 청년세대 정치인들의 한결같은 답변이었다. 정당 내부의 권위적 문화가 청년세대에게 걸림돌이다. 손수조 당협위원장은 “지난 4년간 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큰 핸디캡이 나이였다. 현장에 나가면 나이가 어리다고 ‘과자나 먹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공인경씨는 “우리 세대는 민주화운동 세대도, 학생운동 세대도 아니다. 그래서 당에선 ‘운동 한 번 못했는데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는가’라는 식으로 우리를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또 청년세대에서 차세대 지도자를 발굴해서 교육하고 육성하는, 일관적 체계가 부족하다. 해외와 비교하면 이런 차이는 크게 보인다. 정진민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외국의 30, 40대 지도자는 나이가 비교적 젊을 뿐이지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정치 경력을 쌓아 올라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아버지 피에르 트뤼도(전 총리)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가 속한 캐나다 자유당을 지지한 트뤼도는 17세 때인 1988년 총선 당시 당수였던 존 터너의 유세를 도왔다. 학창시절 학생 토론대회에 적극 참가해 자유당의 정강을 옹호하는 연설을 했다. 스웨덴의 프리돌린 장관은 94년 11세의 나이로 스웨덴 녹색당에 입당한 뒤 중·고등학교 땐 녹색당의 청년조직인 영 그린스(Young Greens)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19세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당시 스웨덴 역사상 최연소 의원이었다.



독일은 집권 기민당(CDU)에선 청년유니온(JU·Junge Union)이, 야당 사민당(SPD)에선 ‘사민당의 젊은 사회주의자’라는 뜻의 유소스(Jusos)가 각각 운영된다. 10대부터 가입할 수 있는 조직으로 청년세대에 정강을 전파하고, 정치적 기회를 제공한다. 청년유니온의 경우 헬무트 콜 전 총리를, 유소스에선 게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각각 배출했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정치학) 교수는 “조합주의(정부와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협의로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체제) 전통이 강한 독일의 정당은 지역·직업·세대와 다양한 채널을 만들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정당활동에 참여하고, 작은 공직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구조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자민당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45세 이하의 당원으로 청년국을 꾸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자민당 청년국장은 ‘젊은 정치가의 등용문’이라고 불린다.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아소 다로(麻生太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다섯 명의 역대 일본 총리가 청년국장 경력을 갖고 있다. 2차 아베 내각에서 전체 각료 19명 중 5명이 청년국장을 역임했다. 청년국장은 광보(홍보)부·국제부·학생부·유세부 등 주요 부서를 관리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35) 의원은 2011~2013년 청년국장을 지내면서 단번에 전국적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발생 후 피해 지역을 다니면서 구호활동을 벌였다. 이런 경력 덕분에 2013년 동일본 대지진 부흥 업무를 겸임하는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에 기용됐다. 이주경 일본 호세이대 연구교수는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둔 뒤 청년국 소속 의원이 82명으로 늘어 당내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町村)파에 필적하는 세력이 됐다. 이후 고이즈미 신지로와 청년국이 재평가됐다”고 말했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독특한 청년세대 육성 시스템을 만들었다. 중국의 명문 칭화(淸華)대는 2001년부터 소수민족이 사는 광시(廣西) 좡(壯)족 자치구에 매년 1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보낸다. 이들은 공산당과 정부의 고위 관료를 바라고 공직생활을 시작한다. 양갑용 성균관대 중국연구소 연구교수는 “중앙(공산당 조직국)이 20~30년을 내다보고 젊고 똑똑한 젊은이를 교육시키고 검증한 뒤 그중에서 최고를 추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청년국장 출신 청년세대가 고달픈 삶에 치여 정치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사회구조 탓도 있다. 20대는 취업을 위한 스펙 경쟁에 내몰린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 신입 사원들의 외국어 평균 성적은 토익 721점, 토익스피킹 레벨5였다. 평균 학점은 4.5점 만점에 3.5점으로 집계됐고, 자격증은 평균 2개를 보유했다. 30대도 사회·경제적 형편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치 참여가 적다 보니 청년세대는 정책에서 홀대받기 쉽다. ‘반값 등록금’이 대표 사례다. 2011년 대학 등록금이 비싸 가계에 부담이 된다며 논란이 지펴졌다. 당시 대학생이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촛불시위까지 벌였다. 18대 대선에서 여야 모두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는 소득수준을 10단계로 나눈 뒤 차등해서 등록금을 전부 또는 일부 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정부와 대학이 합쳐 재원 7조원을 마련했다. 전국 모든 대학의 학생 등록금 총액이 14조원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반값 등록금이 실현됐다’는 광고를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선별 지원이기 때문에 정작 수혜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등록금이 절반으로 깎였다는 걸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정치학) 교수는 “반값 등록금뿐만 아니라 청년실업 등 정치에서 풀어야 할 청년세대 이슈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청년세대가 정치에서 소외돼 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약하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청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호준(45) 의원은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청년세대 앞에서 공약으로 표 구걸만 하지, 평소 청년의 목소리를 듣거나 그들의 고민을 정책적으로 소화해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 30대의 정치 무관심은 높아져 가고 있다. 19대 총선이나 18대 대선에서 20, 30대의 투표 참여율은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20대의 경우 10%포인트 이상 밑돌았다(표 참조).



한국 정치는 ‘청년세대의 정치 소외→정치권의 청년세대 홀대→청년세대의 정치 무관심’의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명림 교수는 “한국의 정치권이 청년을 포용하지 않으면 정당정치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철재·추인영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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