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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국산화 개발 가능 … 2020년 매출 10조원 달성할 것”

김춘식 기자



날씨는 따듯하지만 기업들에는 춥게만 느껴지는 겨울이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 침체로 교역량이 10% 이상 줄어들면서 수출이 유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기업들 역시 움츠러든 소비 심리로 악전고투 중이다.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직원을 줄이고 계열사를 파는 등 구조조정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하성용 KAI 사장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다. 지난해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견줘 매출(7040억원)은 36%, 영업이익(796억원)은 100.8% 각각 증가했다. 에어버스 A320 여객기의 날개 하부구조물 같은 민간항공기 구성품 수출이 호조였던 데다 국산 초음속 훈련기인 T-50의 이라크·필리핀 수출이 본격화된 덕이다. 지난해 9월엔 태국에 T-50 훈련기 4대를 새로 수출하는 계약도 따냈다. 지난 연말엔 방위사업청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성용(65?사진) 사장은 “항공 불모지였던 1999년 삼성·현대·대우그룹의 항공 관련 사업부문들을 합쳐 출범할 때만 해도 꿈꾸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202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세계 10위권 종합항공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KAI 설립멤버로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그를 중림동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KFX 개발의 주역이 됐다.“모두 7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가적 사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 기체를 개발하고 시제기 6대를 생산하는 게 KAI의 역할이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체계통합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맡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이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임직원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



-KFX를 둘러싸고 지난해 논란이 이어졌다. 핵심 기술이 없어 자칫 ‘깡통 비행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T-50을 개발할 때도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국산화 기술이 전체의 10%도 안 됐다.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T-50의 전투기형인 FA-50을 100% 다 독자 설계해 생산하고 있다. 10년 남짓 만에 해냈다. KFX도 생산이 시작되려면 10~15년이 걸린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KFX도 국산화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AESA나 디지털 비행제어시스템도 국산화가 가능할까.“3년 내, 혹은 5년 내라면 안 된다. 하지만 기술은 끊임없이 변한다. 우리 기술개발 추이로 보면 10년 후면 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 안 되면 미국에서 직구입해 달고 다니다 국산화하는 방법도 있다.”



-KFX를 독자 개발할 만큼 KAI의 기술력이 높은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항공기술은 설계·생산·시험평가 세 가지가 핵심이다. 이 중 생산기술 능력은 선진국을 앞서 105% 수준까지 와 있다. 에어버스 같은 곳에서 와 벤치마크할 정도로 뛰어나다. 한국인의 손기술이 워낙 좋지 않나. 문제는 설계기술인데 엄격히 보면 95% 정도 와 있다. 시험평가는 내부적으로 볼 때 선진국의 97~98% 수준이다.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에 와 있다.”



-외국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나.“전 세계에서 초음속기를 수출하는 회사는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KAI가 그중 하나다. 이걸 객관화하기 위해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기술인증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성숙도에서 레벨5를 받았다. 독자적으로 항공기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미국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 영국 BAe와 같은 레벨이다. 민항기 분야에서도 에어버스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KAI의 독자 설계 능력을 인증했다. 에어버스와 연구개발(R&D)도 같이 하고 있다. 선진국도 인정할 만큼 우리 항공기술이 성숙 단계에 와 있다. 세계 최정상이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하지만 국민이 아는 것 이상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항공산업에서 연구개발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KAI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가.“전체 직원 3600명 가운데 R&D에만 매진하는 엔지니어가 1500명을 넘는다. 300명가량이 생산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나머지 1300명이 순수하게 기술개발을 맡고 있다. 현재 5개 기종, 20개 파생형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KT-1, T-50, 수리온, KC-100 등인데 헬리콥터, 프로펠러기, 제트기 등 다양하다. 이 중 4인승 KC-100은 최초의 국산 민간항공기다. 공군사관학교 기본 훈련기로 23대를 납품하고 있는데 비즈니스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그럼에도 독자 개발 엔진이 없다는 게 취약점 아닌가.“사실 AESA보다 엔진 기술이 더 중요하다. 아직 엔진 독자 개발은 못하고 국내에서 조립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세계 항공기 생산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주도하고 있지만 엔진은 생산하지 않는다. 비행기 몇 백 대 생산하려고 독자 엔진을 개발하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플랫앤드휘트니(P&W)나 롤스로이스 등이 엔진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우리도 마음먹으면 독자개발을 할 수 있지만 몇 개 팔 거냐라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에선 자동차와 많이 비교한다.“자동차는 베스트셀러가 수십, 수백 만 대 팔린다. 하지만 비행기는 베스트셀러가 1000대다. 경제성의 개념이 다르다. 엔진이 아닌 다른 부품도 마찬가지다. 군용기의 사출좌석(이젝션 시트)은 사실상 영국 마틴 베이커 혼자 만든다. 기술 못지않게 경제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 기술에 대해 말하자면 엔진 자체의 생산보다는 오히려 수리·정비와 유지관리(MRO·Maintenance Repair & Overhaul) 국산화가 더 중요하다.”



-최근 중국이 중거리 여객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본도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발했다. 민항기 개발 계획이 있나.“조금 늦었다. 중국이 919라는 기종을 시험비행하고 있는데 내수로만 400~500대 팔릴 것으로 보더라. 곧 대형도 개발할 것이다. 일본도 독자 개발한 소형기 400대의 주문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1990년대 조인트 벤처로 중국과 민항기 개발을 추진하다 무산된 게 아쉽다. 무엇보다 비행기를 팔 시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도 현재 가장 적절한 기종이 무엇인지, 시장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중형기나 비즈니스 제트기로 가야 할 것 같다. 소형 공격 헬기와 민수 헬기에 매달리고 있는 엔지니어 1400명 중 일부가 2018~2019년부터 손이 비면 민항기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장 확보 때문에라도 외국과 공동개발이 필요해 보인다.“캐나다 봄바르디어나 이탈리아 에어마키와 접촉해 봤지만 부족했다. 지금은 에어버스랑 검토하고 있다. 유럽의 지리적 특성상 소형기 수요가 꽤 있다.”



-수출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T-50을 미국에 수출하는 일이다. 규모나 상징성이 다르다. 2017년 하반기에 계약 예정인데 5개 기종이 경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록히드마틴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우리와 보잉-사브, 노스럽그루먼-BAe가 3강으로 꼽힌다. T-50은 미 공군이 요구하는 사양을 잘 충족하고 있고 10년간 운용돼 신뢰성이 높고 미군과의 시스템 호환에서 문제가 없다. 가격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또 있나.“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기업소모성 자재) 사업이다. 올해까지 만들어 납품한 비행기가 500대에 이른다. 2020년이면 900대가 된다. 비행기가 40년간 쓰이니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 이걸 사업화할 생각을 하고 있다.”



-창립 멤버로 들어와 내부 출신 첫 CEO가 됐다. 직원들의 기대가 남다를 것 같다.“대우중공업 기획파트에 있다가 99년 회사 설립 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참여했다. 부사장까지 하고 퇴사해 성동조선 사장으로 있다가 공모에 참여해 사장이 됐다. 직원들이 나도 CEO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못할 짓도 많이 했다. 설립 때 직원 3800명, 매출 7500억원인데 회사 당좌계좌에 돈이 달랑 6000만원밖에 없었다. 첫날부터 은행 가서 월급 줄 돈을 빌려야 했다. 이후에도 사정이 쉽게 나아지지 않아 구조조정하고 임금을 삭감했다. 다행히 지금은 회사가 좋아지고 주가가 많이 올라 고맙다는 직원도 있다.”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나.“2020년 매출 10조원 비전을 달성하고 싶다. 그러면 국가적으로 항공산업이 200억 달러, 20조원 규모 산업이 된다. 세계 항공산업에서 주요 7개국(G7) 반열에 오르게 된다. KAI도 세계 40위권에서 10~15위권 일류기업이 된다.”



-항공산업을 키울 가치가 있나.“요즘 조선·철강 같은 기존 주력 산업은 침체한 상태다. 새로운 산업을 찾아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항공이다.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이면서 일자리 창출 산업이기 때문이다. 항공기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20만 개로 자동차의 10배다. 하지만 가격은 1000배다. 그러면서도 자동화가 안 되고 전부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KFX사업으로만 연 2만~3만 명의 일자리가 생긴다.”



 



 



나현철 논설위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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