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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복을 부르는 귀한 동물”

홍콩 크리스티 경매 사상 한국 현대미술품 최고가 기록(‘연필1’, 259×581㎝, 9억7000만원, 2013년 5월)을 세운 화가 홍경택(48)은 화려하고 정밀한 원색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말수도 적고 조용한 심성의 그로부터 “취미가 금붕어 모으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현란한 에너지의 원천을 비로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 천호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 문을 열자 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정면과 오른쪽 선반 위에는 그동안 모아온 각양각색 금붕어 조각들이, 왼쪽 커다란 수조 안에서는 통통한 황금빛, 붉은빛 혹부리 금붕어들이 방문객을 맞았다. 금붕어를 키우기까지 하는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가 홍경택의 금붕어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쉬고 키워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7~8년 전부터는 금붕어 조각도 하나 둘 모으게 됐죠.”



왜 금붕어를 좋아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물이라는 공간이 좋았고, 그런 공간에 사는 생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금붕어가 부와 복의 상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집에서 물고기를 키우면 길하다는 말에도 솔깃했다.



“게다가 금붕어는 키우는 재미가 있어요. 어떻게 자랄지 기대하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 키우면서 ‘완성’해가는 보람이 있다고나 할까. 이게 다 같아보여도 자세히 보면 수백 마리라도 같은 녀석이 없어요. 저는 머리에 혹 달린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체형 자체는 작지만 좀 웅장한 느낌을 주거든요.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한 4년 정도 지나면 아주 멋있는 놈으로 자랄 수 있어요.”



금붕어는 원래 실내에서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맑은 물보다 청수(약간 녹색을 띠는 물)에서 살아야 색깔도 선명한 붉은빛을 띠게 된단다. 청수가 너무 진해져도 안 되는 만큼 물도 잘 갈아줘야 한다. 집에서는 수돗물을 이틀간 받아놓았다가 갈아준다. “먹는 것도 중요해요. 인공사료 말고 가능한 싱싱한 먹이를 주려고 노력하죠. 근교로 나가서 물벼룩이나 실지렁이를 잡아오기도 해요. 장구벌레도 아주 좋은 먹이죠. 얇은 뜰채나 실크 스크린용 샤(올이 가는 천)를 이용해서 잡아요.”



1980년대 한때 국내에서 금붕어 키우기 붐이 일었다. 돈이 된다는 얘기에 논에 벼는 안 심고 금붕어를 키우기도 했다. 지금 그 열기는 많이 식었지만 그래도 금붕어 애호가들은 품평회를 열고 누가 완벽하게 키워냈는지 비교하는 자리를 심심치않게 갖는다.



자연스럽게 금붕어와 관련한 모든 것에도 관심을 쏟게 됐다. 수집품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커다란 상자를 서넛 내왔다. 관련 책자와 잡지들이 들어있는 박스였다. 옛날 책 냄새가 폴폴나는 『관상어 가이드』같은 전문서적은 기본. 1917년 포르투갈 사람이 그린 금붕어 그림책은 이베이에서 100달러를 주고 산 것이다. 일본책 『KINGYO』는 미국에 갔다가 서점에서 샀다. 금붕어를 모델로 등장시킨 1994년도 주택복권도 수줍게 꺼내 보였다. 로열 코펜하겐에서 만든 도자기, 쇠로 만든 조각, 장난감 같은 일본 금붕어들이 저마다 무언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것은 ‘수집가의 사랑’의 다른 이름일 터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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