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20세기 현대무용을 이해하는 30개의 화려한 표지판

저자: 장인주 출판사: 이콘 가격: 2만원



방송이나 영화의 메가 히트가 문화 이슈로 떠오르면서 PD와 감독이라는 자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 공연문화, 그중에서도 춤이라는 부문의 비중이 아직 소소하다 보니 ‘안무가’라는 역할은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육체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더해 이 책의 저자인 무용평론가 장인주는 “특히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무용은 종합예술의 장이 되었고 안무가는 단순히 춤 동작을 짜는 역할을 넘어 음악·무대·의상·조명을 아우르는 총 연출가가 됐으며 콘셉트는 물론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까지도 구현한다”며 안무가의 역할에 무게를 싣는다.



『세기의 안무가』

이 책은 1989년부터 99년까지의 프랑스 유학시절을 포함해 최근까지 저자가 직접 본 ‘세기의 안무가’ 30인의 작품 리뷰를 엮은 것이다. 피나 바우슈, 모리스 베자르, 매튜 본, 나초 두아토 등 20세기 현대무용의 초석을 놓고 저마다의 색깔로 일가를 이룬 거장들의 이름은 화려하다. 그들의 대표작 60여 편 또한 무용사의 한 획을 장식할 만큼 유명한 것들이다.



저자가 20년에 걸쳐 차곡차곡 모은 기록이라는 점은 책의 무게를 더한다. 장씨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한국 춤을 추며 가야금·장고·대금·꽹과리 등의 악기까지 배웠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발레를 전공했다. 한국 무용을 바탕으로 우리의 혼이 담긴 창작 발레를 만들어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다가 89년 2월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프랑스어로 된 발레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었다.



소르본 대학에서 무용학 석사를 마치고, 파리 국립오페라발레학교에서 발레교사 자격증을 따면서 소망하던 것을 마침내 이뤘다. 리스 에 당리 바로크 무용단에서 2년 동안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무용학 박사가 없는 프랑스에서 결국 미학과에 진학해 프랑스와 한국의 궁정 무용을 비교하는 논문으로 무용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책은 80년대 이후 만개한 프랑스 무용 르네상스의 목격담이다. 프랑스 무용의 성장은 파리를 세계 춤의 성지로 만들었다.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피나 바우슈, 윌리엄 포사이스도 파리에서 신작을 발표했다. 실험적인 작품들의 첫 무대 역시 파리였다. 장씨는 “그 가슴 뛰는 현장을 놓치지 않고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책의 서술 방식이 친절하진 않다. 특히 무용에 대한 지식이 얕은 이들이 ‘세기의 00’하는 리스트에 혹해 펼쳤다가는 당황하기 쉽다. 안무가·안무법에 대한 개괄적 소개와 특징은 문장 사이에 스치듯 숨어 있어 자칫 긴장을 늦추면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른 채 드라마를 보고 있는 꼴이 될 수 있다. 국내 공연작 외에 부족한 사진 자료도 아쉽다.



그럼에도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표지판을 따라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는 기분이다. 춤과 극이 만나 탄생한 ‘탄츠테아터(Tannztheater)’를 자신만의 혁신적인 방법으로 완성시킨 피나 바우슈 편을 읽다 보면 물(‘보름달’·2006)과 흙(‘봄의 제전’·1975), 암벽(‘러프 컷’·2005)과 의자(‘카페 뮐러’·1978)가 가득한 무대에서 긴 머리칼을 늘어뜨린 여인들과 상반신을 드러낸 남성들이 질주하는 매혹적인 장면이 어느새 머릿속을 뒤덮는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 편에서는 영국 그룹 퀸과 모차르트의 음악에 맞춰 연출했다는 ‘삶을 위한 발레’가 직접 보고 싶어져 안달이 난다. 지아니 베르사체가 디자인 한 무대의상은 또 어떤 모습일까. 책에 적힌 작품 제목과 안무가의 이름을 유튜브로 검색해 영상을 감상하고, 다시 책 읽기를 반복하게 된다. 작품 리뷰를 묶은 책이라는 한계 때문에 유튜브라는 보조매체가 필요하지만, 책에서 영상으로 또다시 책으로 오가는 이 번거로움이 싫지 않다. 춤과 연극의 경계가 없어졌듯 책과 영상이 자유롭게 교감하며 ‘읽다’와 ‘보다’를 함께하게 되는 경험, 흥미롭다.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