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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 미술관 건립 붐 한국 단색화 열풍은 지속

1~3 지난해 12월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페어 2015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행사 현장.



2015년은 전세계 미술시장이 제대로 요동친 한 해였다. 곳곳에서 최고 경매 기록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대미술, 고미술 할 것 없이 새로운 숫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은 여전히 비관론이 높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은 어떻게 될까. 지금의 상승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중앙SUNDAY S매거진이 2016년 시장을 예측해봤다.



2016 신년 미술시장 분석

 

4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버전 O)’(1955)을 들어보이고 있는 크리스티 뉴욕 직원들. 이 그림은 2015년 5월 1억7940만 달러에 낙찰돼 역대 세계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5 폴 고갱의 ‘나페아 파 이포이포’(1892). 2015년 2월 카타르 왕실에서 약 3억 달러에 사들여 비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되었다.

6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누드’(1917/18). 2015년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중국의 신흥 부호 류이첸이 1억7040만 달러에 사들여, 역대 경매가 2위를 기록했다.



2015년 미술시장은 일단 보기에 화려했다. 한국과 세계 모두 경매 신기록이 속출했다. 우선 김환기의 추상화 ‘19-VII-71 #209’가 서울옥션 10월 홍콩 경매에서 3100만 홍콩 달러(약 47억 200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한 정상화 등 여러 단색화 화가들이 자신들의 기록을 경신했다.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버전 O)’이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1억8000만 달러(약 2000억원)에 낙찰됐다. 같은 회사의 11월 경매에서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대표작 ‘누워있는 누드(Nu Couche)’가 중국 갑부 류이첸(劉益謙)에게 약 1억7000만 달러에 팔려서, 한 해에 역대 경매 최고가 1, 2위가 차례로 탄생했다.



그보다 앞서 2월에는 카타르 왕실이 비공개 경매에서 폴 고갱의 대표작 ‘나페아 파 이포이포(Nafea Faa Ipoipo·언제 결혼할 거니)’를 약 3억 달러로 추정되는 가격에 구입했다. 이로써 타히티 여인들을 묘사한 이 그림은 비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이 됐다. 또 9월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정부가 렘브란트의 남녀 전신 초상화 한 쌍을 1억6000만 유로(약 2080억원)에 공동 구매해서 암스테르담의 레이크스 미술관과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서 교대 전시하기로 합의했다.



공식(공개경매)?비공식 합쳐서 역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 작품 10점(렘브란트 초상화 한 쌍을 한 점으로 쳐서) 중 4점이 2015년 한 해에 탄생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이것이 한국과 세계 미술시장 모두 호황이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한 서구 미술시장은 2008년 뉴욕발 세계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가 2010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조정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인기 거장들의 작품은 신 고가를 기록했지만, 프랑스의 국제미술시장 리서치 회사 아트프라이스(Artprice.com)가 집계한 동시대미술지수는 2015년 7월 현재, 1년 전보다 16% 하락했다. 작가와 작품에 따라 실적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거장의 질 좋은 작품을 확보하려는 유명 경매회사들은 낮은 순익 혹은 적자로 고생하는 중이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미술시장은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가 위협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신흥 부자들의 미술관 건립 붐이 한 가닥 호재로 남아있다. 그 중 한국 미술시장은 세계 미술시장과 달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계속 침체해 있다가 단색화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2014년부터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추세이며 2015년 그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의 미술시장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서구 미술시장은 군살빼기에 돌입 국제 시각예술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의 미술시장 담당 에디터인 조지나 애덤은 자신이 속한 매체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2016년 미술시장 트렌드 몇 가지를 지목했다. 이중 주목할 만한 것은 미술 시장이 둔화되고 구매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는 가운데, 경매회사들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이며 전시장 없는 갤러리들의 아트페어 활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덤은 예술 자문기업 아트베스트 파트너스(Artvest Partners)의 대표 마이클 플러머의 말을 인용해 “올해 미술시장은 둔화될 것이고 더 선별적이 될 것이다. 그간 부정적인 경제뉴스와 국제뉴스에 영향받지 않는 것으로 보였던 고가 미술작품 시장 내에서도 분명한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경매회사 소더비의 CEO 태드 스미스도 지난해 11월의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런 경향을 언급한 바 있다. 스미스에 따르면 100만 달러 이상 작품의 잠재적 구매자들은 “여전히 돈이 많지만 안목이 예전보다 까다롭고 작품 질에 초점을 맞춘 구매를 한다.” 또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수요층은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에 전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날 소더비는 2015년 3분기에 1790만 달러(주당 26센트) 순손실을 발표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다소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좋지 않은 결과였고, 소더비 주가는 폭락했다. 기업 공개를 하지 않아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크리스티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애덤은 추측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미술경매의 화려한 신기록 행진과 달리 경매회사들의 2015년 매출 상황은 미술 시장의 “성장 둔화 내지는 심지어 위축을 나타낸다”고 평했다. 인상주의 미술가들과 모던아트 거장들의 낙찰총액과 달리 동시대 미술 낙찰총액은 2014년에 비해 6% 줄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가 공동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소더비와 그 최대 라이벌인 크리스티가 까다로워진 구매자 입맛에 맞을 거장의 질 좋은 작품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는 중에 위탁자에게 낙찰 여부와 최종 낙찰가와 상관없이 미리 지급하는 개런티를 고액으로 제공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아무리 신기록을 수립해도 위탁자가 수혜를 볼 뿐 경매회사들의 실익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애덤은 따라서 경매회사들이 이런 개런티를 올해에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이는 질 좋은 작품의 확보를 어렵게 하기에 경매회사들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같은 경매회사의 개런티 삭감은 일반 갤러리들에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형 갤러리의 경우이며 중소형 갤러리들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 속에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 애덤의 지적이다. 이 와중에 1층에 전시장을 두고 컬렉터들을 유인하는 것을 포기하고 높은 층에 사무실 형태로 운영하며 그대신 아트페어에 더 활발히 참가하는 갤러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올해 아트페어의 한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7 아트페어 2015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 현장.



중국 내 반부패 움직임 변수지만 잠재력 많아 아트 뉴스페이퍼는 6일 기사에서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홍콩을 중심으로 한 중국 미술시장을 짓누르고 있으며, 크리스티 홍콩의 가을 경매 매출이 예상보다 16% 낮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2015년 구매가의 무려 4분의 1이 신규 구매자인 것처럼 새로운 미술 컬렉터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동시에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아트프라이스 또한 지난해 10월 동시대미술 리포트에서 “중국의 반부패 움직임과 경기 둔화가 동시대미술 판매를 급감시켰으나, 여전히 중국은 강력하고 잠재력이 많은 시장”이라고 평했다.



최근 상하이 지점 2주년을 맞은 학고재 갤러리의 우찬규 대표 역시 “특히 상하이에선 신흥 부호들의 미술관 건립이 지속되고 있다. 상하이에만 사립 미술관 수가 27개에 달한다. 이런 미술관을 채울 작품 컬렉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은 한국의 아트 딜러들에게도 고무적인 사실”이라고 밝혔다.



2012년 상하이에 설립된 룽(龍)미술관 또한 이런 미술관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모딜리아니의 대표작 ‘누워있는 누드’를 역대 경매에서 두 번째로 비싼 가격에 구입해 화제가 된 중국 금융재벌 류이첸 신리이(新理益)그룹 회장이 설립한 미술관이다. 지난해 12월 상하이 푸서 지구 분관에서 만난 그의 부인이자 룽미술관장인 왕웨이는 “2011년 삼성미술관 리움을 보고 미술 컬렉션과 미술관 운영에 대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자신의 작품 수집이 “중국 혁명기 예술에서 다른 아시아 미술, 서구 미술로 폭이 넓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며 “특히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을 좋아하고 또 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룽미술관 푸서 분관의 홀에는 지금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도 전시돼 있다. 왕 관장은 박서보 화백 등의 단색화도 거론하며 “한국 단색화 붐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최소 2년은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8 김환기의 뉴욕시기 전면 점화 ‘19-VII-71 #209’.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100만 홍콩 달러 약( 47억 200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사진 서울옥션

9 지난해 10월 파리 아트페어 FIAC의 갤러리 페로탱 부스. 전면의 검은색과 푸른색 단색화는 정창섭의 작품이다. 사진 문소영

10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 현장. 서울옥션은 지난해 낙찰총액이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해외 수요 계속 늘어” 국내 경매 시장 2배 성장 뉴욕타임스 1일자 기사에서는 2015년 세계 미술시장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한국의 단색화 열풍을 꼽았다. “컬렉터들이 그간 간과되어온 세계 미술사의 부분들에 눈을 돌렸다. 일종의 한국 모노크롬 추상화인 단색화는 2015년 블룸앤포, 알렉산더 그레이 어소시에트 등 미국 갤러리들의 주제가 되었다. 하종현·윤형근·박서보·정상화 등의 단색화 작가들은 아직 국제시장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2016년에는 달라질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해 10월 파리 아트페어 FIAC(the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에서도 한국의 국제갤러리는 물론 카멜 메누르 갤러리, 갤러리 페로탱 등 주요 갤러리들이 이우환, 정창섭 등의 단색화를 내세웠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국내 미술시장은 2008년 이후 오랜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그 시작은 2014년부터였는데,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화랑 433곳, 경매회사 10개, 아트페어 35개와 공공영역인 건축물 미술작품, 미술은행(정부미술은행 포함), 미술관 203개의 2014년 작품 판매와 구입 현황을 분석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거래 가격 기준으로 미술시장은 2013년에 비해 7.7% 증가한 3496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미술시가감정협회가 서울옥션ㆍK옥션ㆍ아이옥션 등 9개 경매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낙찰률은 70.2%, 낙찰총액은 1880억 5000여 만원으로 2014년(약 970억원)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특히 서울옥션은 낙찰총액 1078억원을 기록해 1998년 설립 이후 최초로 낙찰총액 1000억원을 넘겼다.



사실상 원동력이었던 단색화 열풍에 대해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시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급격한 상승이 어색하게 느껴질 경우도 있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는데 단색화는 후자에 속한다”며 “해외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2016년에도 단색화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았다. 또 국내 미술시장에 대해서는 “2007년 호황 때는 컬렉터들이 분위기에 휩쓸리며 작품을 구입했던 경향이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까다로워진 안목으로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중요한 작가라도 무조건 선호하지 않고 작품의 질과 전시 이력 등을 따진다”며 한국 미술시장이 성숙해져 쉽사리 거품이 생겼다 꺼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단색화 이외에 한국미술시장을 이끌 작품은 어떤 것일까. 미술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단색화의 전 세대 화가인 김환기·남관·이성자 등을 주목할 화가로 거론했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에서 몇 년 동안 혹은 여생 내내든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홍콩시장에서는 프랑스 활동을 거친 한국의 1세대 모던아트 화가들을 특히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아무래도 해외 경력이 있는 작가들이 국제 시장에서 유리한데, 그런 면에서 파리와 뉴욕에서 활동한 김환기는 특히 강력하다”고 평했다. 미술시가감정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김환기는 2015년 낙찰총액 약 244억 4500만원, 낙찰률 81.8%로 국내 작가들 중 1위를 차지했다.



서 교수는 또 “모던아트에서 포스트모던아트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단색화, 민중미술, 하이퍼리얼리즘 등 그룹으로 묶일 수 있는 미술가들이 아무래도 국제 무대에서 위치를 잡기 쉽다”면서 “민중미술의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데, 올해가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시험을 통해 직접 부딪혀보면서 포스트 단색화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글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symoon@joongang.co.kr, 사진 아트바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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