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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가짜 약’ 알고 먹어도 병세 호전돼 … 희망이 보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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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별세한 고 이희대 박사는 생전에 유방암 권위자로 이름을 날렸다. 유방보존술을 들여왔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암병원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 암이 찾아온 건 미처 알지 못했다.

2003년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암은 2년 만에 말기로 악화돼 골반과 간에 전이됐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밝게 지냈다. 일곱 번 재발하고 열 번 넘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모두 극복해 내며 무려 10년간 의욕적으로 수술을 집도하고 회진에 임했다. 암 환자들은 그에게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사람은 암으로 죽지 않는다.

사람을 쓰러뜨리는 건 병에 대한 절망”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30년 암 명의이자 암 환자였던 그가 꼽은 최고의 항암제는 바로 ‘희망’과 ‘긍정’이었다.

긍정적 생각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치료효과를 극대화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데이비드 스피겔(David Spiegel) 박사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8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약물치료만 진행하고 다른 한쪽은 심리치료를 병행했다.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8.9개월인 반면, 심리치료를 병행한 환자는 두 배 가까운 36.6개월을 살았다. 마음이 병의 진행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나타나는 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긍정적 사고는 건강을 유지하고 질환의 발현을 제어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몸에 이로운 거짓말 ‘플라시보 효과’

또 다른 예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다. 모든 의약품은 아무 효과가 없는 가짜 약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서야 출시된다. 플라시보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해석하면 밀가루 덩어리인 가짜 약이라도 치료를 받고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만으로 증세가 호전되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거의 모든 질병에 작용한다. 특히 허리통증·편두통과 같은 만성 통증질환이나 천식·건선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효과가 크다.

독일 함부르크-에펜도르프대 팔크 아이퍼트(Falk Eippert) 박사는 플라시보 효과가 통증을 조절하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는 건장한 남성 15명에게 크림을 발라주면서 한 그룹엔 진통제라고 속이고, 다른 한 그룹은 아무 효과가 없다고 사실대로 말했다.

팔에 열을 가하자 진통제라고 속은 사람은 통증을 훨씬 덜 느꼈다. 이때 척수의 활동을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하자 온몸의 감각신호를 수집하는 척수후각(dorsal horn)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게 확인됐다. 통증을 덜 느낀 게 아니라 감각이 뇌로 덜 전달된 것이다.

이 밖에도 플라시보 효과는 천식 증상을 개선하거나(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14) 건선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정신신체의학, 2009).

긍정적·외향적일수록 효과 커

가짜 약이란 걸 알아채면 효과가 사라질까. 미국 하버드대 테드 캡트척(Ted Kaptchuk)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효과가 없다는 걸 인지한 상태에서 약을 복용했는데도 병세가 호전됐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의사와 상담만 진행한 그룹은 35%가 증상이 개선된 반면, ‘가짜’라고 적힌 약을 먹은 그룹은 59%가 호전됐다. 이 연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학술지(PLoS ONE)’에 게재됐다.

플라시보 효과를 자신에게 적용하려면 보다 적극적·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실제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플라시보 효과는 긍정적인 성격일수록 그 효과가 크다.

캐나다 맥길대 페트라 슈바인하트(Petra Schweinhardt) 박사는 남자 대학생 22명을 대상으로 성격검사를 하고, 이어 통증 테스트를 한다고 속였다. 그는 아무 효과가 없는 일반 크림을 양 허벅지에 바르면서 한쪽 허벅지에 바르는 게 진짜 진통제고, 다른 한 쪽에 바르는 건 가짜라고 설명했다.

허벅지에 주사를 놓은 후 통증 정도를 묻자 대부분이 약을 바른 쪽이 덜 아프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중한 사람은 “조금 덜 아프다”고 답한 반면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은 “거의 아프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둘의 차이는 세 배에 달했다.
 

긍정적 생각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금연·절주·운동·체중감량 등 거창한 새해 건강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매순간 긍정적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부정적 감정을 억지로 몰아내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백종우 교수는 “우울·불안·분노와 같은 감정은 현실을 정확히 볼 수 있도록 돕거나 위험을 감지하고 회피토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지나치지 않다면 피하지 말고 감정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 역시 “지나친 걱정은 피해야겠지만 아주 비관적인 상황에서 좋게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건 억지”라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게 먼저고, 감정과 행동을 바꾸는 건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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