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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신무기 ‘일곱 마리 고양이’ … 서재를 지성의 격전지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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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정형모 지음
아르테, 400쪽, 1만9000원


구사한 단어들만 보면 영락없이 전쟁터다. 전선(戰線), 야전 사령관, 신무기, 전투…. 이어령(82·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초대 문화부 장관은 팔순이 넘은 지금도 자신의 서재를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초원삼아 달리고 있다. 이미 10년 전에 오늘의 세상을 예견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개념을 창안한 석학에게 21세기는 두뇌 싸움이 점점 더 재미있어져 의욕을 북돋우는 지성의 격전지다.

 정형모(50) ‘중앙SUNDAY’ 문화에디터는 지(知)의 최전선을 뛰어가는 이 장관을 2014년 가을부터 매주 한차례 찾아 일 대 일 특강을 받았다. 질문자이자 대담자로서 반년에 걸친 족집게 과외가 끝났을 때, 그 특혜를 독점하기 아쉬웠던 정씨는 책의 형식으로 지혜 형형한 노(老) 장수의 통찰력을 정리했다. “자본주의의 배와 함께 침몰할 수 없어서 지금 뗏목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는 이 장관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독자는 책의 첫 머리부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감전된다. “선생님의 서재엔 어떤 신무기가 있나요”란 질문에 대한 답, “일곱 마리 고양이” 때문이다. 역할이 각기 다른 일곱 대 컴퓨터가 캣(CAT)이다. ‘Computer Aided Thinking’의 머리글자를 딴 이들은 전 세계 지식인들이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론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같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이 장관에게 선사한다.

 3D 프린터, 도광양회와 랴오닝 항공모함, 지정학(geopolitics)과 지문화학(geoculture), ‘차부다(差不多)’론 등 머리 위를 휭휭 날아다니며 작렬하는 포탄의 충격파가 대단하다. ‘양(羊)을 이끌거나 몰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양이 되라’는 21세기 지도자론은 오늘의 한국 정치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뭔가 결론을 내고 싶어 하는 정씨에게 이 장관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금강산 그림 얘기를 꺼낸다. 다(多)시점으로 그린 역원근법의 세계에는 전체의 기상이 충천하다. 이 장관의 마지막 한마디는 “평면 지도를 찢고 지구본으로 세상을 보자”였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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