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존엄사법 19년 만에 통과

기사 이미지
임종 과정에 접어든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도 처벌하지 않는 법률(일명 존엄사법)이 2018년부터 시행된다.
 
국회는 8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본회의에서는 재석의원 203명 중 202명이 찬성(1명은 기권)했다. 이 법이 통과된 것은 1997년 말기환자 퇴원을 허용한 서울 보라매병원 의사가 살인방조죄로 처벌 받으면서 연명의료 논란이 시작된 지 19년 만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법사위에서 “한의사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보류됐다. 하지만 이날 통과한 법안에는 한의사 참여가 반영되지 않았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뜻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환자에 한해 이 같은 네 가지 행위를 시작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이렇게 해도 가족과 의사가 처벌 받지 않는다. 시행 시기는 공포 2년 뒤인 2018년 1월로 확정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일명 존엄사법)’은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품위 있는 생의 마무리를 주장하는 측과 생명 윤리를 중시하는 측이 19년간 치열한 논쟁을 벌여 왔다. 그런 가운데 2009년 5월 세브란스에 입원한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도록 허용한 대법원 판결과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원회의 존엄사 입법화 권고 등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날 법안이 통과되면서 연간 5만여 명이 연명의료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중환자실에서 현대 의료기기를 주렁주렁 달다가 숨지거나 집에서 말기를 보내다 임종 상황에 되레 중환자실로 들어가 연명하는 일이 사라지게 됐다. 자녀들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연명의료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그 동안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의사는 살인방조죄, 가족은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수 개월간 인공호흡기 신세를 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의료비 절감 효과도 생긴다. 사망 한 달 전 연명의료에 연간 3130억원가량의 건강보험 재정이 나가는데 이런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법률이 정한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는 네 가지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이 그것이다. 법률안 초안에는 대통령령(시행령)에서 추가할 수 있게 했으나 최종 법안에서는 네 가지로 못박았다.

다만 통증 완화의료, 영양분 공급, 단순 산소공급 등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정한 대로 따랐다. 새로 추가하려면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을 고쳐야 한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앞으로 의료기술이 발전하면 새로운 연명의료 행위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반영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국회 법사위에서 침과 같은 한의학적 의료를 포함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본인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환자가 의식 불명이더라도 미리 작성해둔 사전의료의향서가 있거나 의사가 환자와 상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으면 환자 의사로 본다. 이런 문서가 없어도 가족 두 명이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확인하면 환자의 뜻으로 간주한다.
 
본인 의사를 추정할 수 없는 경우 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중단할 수 있다. 가족은 배우자·자녀·부모를 포함하며 이런 사람이 없으면 형제·자매가 결정할 수 있다. 가족이 없을 경우 법안 초안에서는 병원윤리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게 했으나 최종 법안에서는 삭제됐다. 가족이 없으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앞으로 정부가 양식을 통일할지, 정부는 기본 사항만 정하고 민간에서 나머지 사항을 추가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을 만들어 사전의향서를 관리하게 된다. 의향서를 작성해 이 기관에 보관하면 언제든 실시간으로 본인의 뜻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환자 뜻이 확인되면 담당 의사는 즉시 연명의료를 중단해야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대폭 확대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지금은 말기 암환자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에이즈·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만성간경화 환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호스피스센터도 권역별로 들어서게 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