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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년 전 치욕의 땅 찾은 클린턴 “한·미는 친구, 강력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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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11시 클린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의 올해 첫 아이오와주 유세장인 대븐포트로 향하는 280번 고속도로. 몰린 공항을 나와 고속도로 진입로 위에 삐쭉 서 있는 환영 간판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기회의 땅 아이오와에 잘 오셨습니다’. 8년 전 첫 경선지 아이오와에서 치욕의 3위를 기록하며 대세론이 꺾였던 클린턴에게 ‘2016년 아이오와’는 과연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이날 대븐포트에서 시작돼 시더래피즈, 주도 디모인에 이르는 클린턴의 아이오와 유세 일정 동선은 무려 500㎞. 9시간 세 곳을 계속 따라다니는 동안 클린턴의 저력과 초조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첫 집회 장소인 대븐포트시 ‘미시시피 밸리 장터’의 한 체육관. 한적한 시골마을인데도 경비는 삼엄했다. 공항처럼 검색대가 설치됐다. ‘대통령급 후보’답게 카메라도 실제 사진을 찍어 ‘진짜 카메라’가 맞는지 확인이 돼야 통과됐다. 그럼에도 마을 주민 300여 명은 클린턴이 등장하기 전부터 ‘파이팅 포 어스(우리를 위해 싸운다)’ ‘레디 4 프레지던트(준비된 대통령)’란 구호를 외치며 마치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낮 12시20분 짙은 분홍색 재킷과 검은 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클린턴은 먼저 공화당에 대한 포격으로 말문을 열었다. 다만 원색적인 비난보다 유머를 섞어 청중의 호응을 끌어내는 게 그의 재주이자 내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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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미국 아이오와주 대븐포트에서 열린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왼쪽 둘째)이 경호원의 제지에 개의치 않고 본지 김현기 워싱턴 특파원(오른쪽 등 보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저녁 디모인 역사박물관 행사에서 함께 셀프카메라(작은 사진)를 찍기도 했다. [대븐포트=조한스 기자]


 “(집회 참석자 한 명을 가리키며) 톰! 우리 변호사 초년병일 때 들었던 얘기 기억나? ‘만약 법이 너의 편이면 사실이 아니라도 법을 따르고, 사실이 너의 편이면 법에 맞지 않아도 사실을 따르고, 둘 다 아니면 탁자를 쾅 내려쳐라’. 근데 지금 반대편(공화당)은 탁자만 내려치고 있다오.”
 
청중의 폭소가 터지자 그는 바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제 업적’을 나열했다. 미국 50개 중에서 가장 가난한 주의 하나인 아이오와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경제와 의료란 걸 의식한 전략이다. “빌은 공화당 전임자로부터 엄청난 불황을 물려받았지만 8년 재임 중 23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을 가난에서 탈출시켰다.

그런데 공화당 조지 W 부시가 정권을 이어받더니 다시 경제를 고꾸라뜨리는 게 아닌가. 이러다 다시 공화당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면 여러분은 악몽을 꾸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곤 ▶중산층 세금 감면 ▶최저임금 인상 등 자신의 공약을 열거했다.

 유세장을 찾은 주부 메리 캐시어(60)는 “부자가 아닌 월급쟁이나 간호사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클린턴”이라며 “지난번(2008년)에는 난 오바마, 남편이 클린턴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부부 함께 클린턴으로 통일했다”고 미소 지었다.

 30분가량의 클린턴 연설이 끝난 뒤 약 15분간은 ‘스킨십’ 시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셀카를 찍고 사인도 해주는 일종의 서비스 시간이다.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는 일반 유권자 참여가 없어 당원들과의 개별 접촉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소규모 ‘타운홀’ 집회를 클린턴이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취재진은 ‘스킨십 시간’에 클린턴에게 근접할 수 없게 차단돼 있었다. ‘초면’을 이용해 주민들 틈에 섞여 기회를 보다 클린턴이 다가오자 “한국에서 왔다”며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으며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뭔가 한국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눈치를 챈 경호원과 캠프 참모의 제지가 바로 들어왔다. 그런데 클린턴은 전혀 개의치 않고 기자에게 고개를 돌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말했다.

 “우리(한국과 미국)는 강력한 친구이자 동맹이다(We are strong friends and allies).” 표정과 억양에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이날 저녁 디모인 역사박물관에선 기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함께 셀카까지 찍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5일까지 계속된 아이오와 유세에서 클린턴이 가장 배려한 전략은 ‘친여성’과 ‘친고령자’다. 2008년 아이오와 경선에서 클린턴은 여성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특히 23세 이하 여성표 중 51%는 오바마에게, 19%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클린턴은 11%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유세에선 유독 ‘대학생과 대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를 향한 언급에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최근 폭스뉴스의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아이오와에서 전 연령층 여성으로부터 평균 57%의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참석자 중 일부는 클린턴이 개인 e메일로 공무를 봤다는 의혹 등 ‘신뢰’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핵확산 저지 시민단체 소속의 케빈 루트렛지(26)는 “솔직히 클린턴도 정작 워싱턴(백악관)에 들어가면 지금 말하는 약속을 제대로 지킬지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클린턴이 마음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의 강한 지지층인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 비율이 아이오와의 경우 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전국 평균 약 26%). 미국 내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런 ‘초조함’이 배어나온 것일까. 클린턴의 유세 마지막 한마디가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여러분, 아이오와에서 좋은 스타트만 끊는다면 저, 집(백악관)에 절반은 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븐포트·시더래피즈·디모인(아이오와주)  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사진=조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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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