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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만 나무 돼보세요” 곶자왈 숲지킴이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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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 에 마주 앉은 이지영씨와 고양이 나비. 나비는 이씨와 함께 숲을 안내하는 길동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4년 전 시각장애인 세 명이 숲을 찾아왔다. 숲 해설을 하러 나선 이지영(29)씨는 당황했다. 이들에게 숲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가시덤불이 위험하진 않을까. 숲을 방문한 사람들이 흔히 묻는 건 “이 꽃 이름은 뭐죠? 열매는 먹을 수 있나요”다. 그런데 이들은 달랐다. “아, 오른쪽에서 꽃향기가 나네요. 잠깐 멈췄다 가도 될까요? 바깥보다 바람이 따뜻한 것 같아요.” 향기로, 살갗에 닿는 온기로 숲을 받아들이는 모습. 숲 해설에 대한 이씨의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식물학적·지질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게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무들이 이 자연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우리는 이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자, 생각했죠.”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환상숲 곶자왈공원’의 특별한 숲 해설은 이렇게 탄생했다. ‘곶자왈’이란 ‘숲’을 뜻하는 제주말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로 화산에서 흘러내린 용암 위에 형성된 숲이다. 제주도 면적의 6%가 곶자왈이지만 오랜 기간 쓸모없는 땅으로 취급받았다. 상당수 곶자왈은 골프장 부지로 헐값에 팔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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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소유였던 곶자왈을 공원으로 꾸민 건 이씨의 아버지 이형철(56)씨다. 마흔 일곱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게 계기였다. “몸의 반쪽이 마비된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숲으로 출근하셨죠. 한 손으로 흙을 파고 덤불을 정리하고 본인이 다닐 산책로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2년, 몸이 놀랍게 좋아졌다. 이 좋은 숲을 사람들과 나눠야겠다 결심하게 됐다. 2011년 봄, 환상숲 오픈과 함께 서울의 한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이지영씨도 합류했다. “서울 생활은 즐거웠지만 답답했어요. 한번은 집에서 화분을 엎질렀는데 동네를 다 돌아도 채워넣을 흙 한 줌이 없는 거예요. 흙에서 뒹굴며 자란 제겐 충격이었죠.”

 이씨와 함께 환상숲에 들어가면 나무가 돼야 한다. “이 친구는 왜 위로만 자랐을까요. 옆 나무들이 자꾸 그늘을 드리우니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쭉쭉 몸을 늘인 거죠. 자, 손을 하늘로 뻗고 5초만 나무의 마음이 돼 보세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돌 위에 근육질 뿌리를 내린, 살아보겠단 발버둥으로 암석을 쪼개버린, 땔감으로 잘렸지만 새 가지를 뻗어 숲을 이룬 곶자왈 식물들의 악착같은 생명력을 전하는 게 이씨의 일이다. 한 명 이 찾아와도 해설을 해주는 게 이곳의 원칙. 입소문이 나면서 환상숲을 찾는 사람은 2013년 약 4만 명, 2014년엔 약 7만 명으로 늘었다.

 “누가 미쳤덴 널려 이신 곶자왈을 돈 주멍 들어가쿠가?(어떤 미친 사람이 널려 있는 곶자왈을 돈 주고 들어가겠 냐?)”라고 말하던 제주 사람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사)곶자왈사람들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곶자왈 보존 운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제 꿈은 소박하면서도 거대해요. 숲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자연을 모르는 이들이 숲을 함부로 해치지 않도록 숲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읽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주=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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