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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동, 엄마는 은 … 이젠 제가 금 따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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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핑퐁 커플’ 안재형(가운데)-자오즈민의 외아들인 안병훈의 어린 시절. [중앙포토]

안병훈(25·CJ)은 2015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014년 말 세계랭킹이 179위였는데 지난해 말 29위로 150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지난해 5월 신인으로 유러피언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BMW PGA 챔피언십에 출전해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아시아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 투어 신인왕에도 올랐다. 지난해 그가 벌어들인 상금은 약 34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안병훈이 걸어온 길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그는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각광을 받았지만 미국 PGA투어 출전권을 따지는 못했다. 대신 유럽, 그것도 2부 투어를 돌며 눈물 젖은 빵을 뜯어야 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그가 다닌 곳은 주로 유럽의 작은 마을이었다. 아프리카의 오지는 물론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오만, 인도네시아를 돌아다니며 대회에 출전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는 강행군의 연속,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에야 비로소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2016년은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해다. 그는 한국 남자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다. 리우 올림픽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안병훈은 7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에 출전하는 소감을 밝혔다.

 안병훈은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기 때문에 메이저 대회보다 큰 대회인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 등 일부 남자 골프 스타들은 올림픽 보다 메이저 대회가 우선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특히 스포츠 가족 출신인 안병훈에겐 올림픽의 의미가 더 크다. 그의 부모는 잘 알려진 대로 올림픽 메달리스트 안재형(51·탁구대표팀 코치)과 자오즈민(53·중국)이다. 아버지 안재형 코치는 88서울 올림픽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어머니 자오즈민은 88 올림픽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땄다. 만약 안병훈이 금메달을 따면 집안에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다 모으게 된다.

 안재형 코치와 자오즈민은 1980년대 국제 대회에서 만나 몰래 사랑을 했다. 그 사랑으로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전의 벽을 넘었다. 그 결실이 안병훈이다. 커플이 의도했든 안했든, 적대국이었던 한국과 중국의 적대감이 줄었다. 중공과 미국의 핑퐁외교처럼 안재형-자오즈민 커플은 한-중 핑퐁외교의 상징이다. 안병훈이 태어난 후 1년 뒤인 1992년 한국과 중국은 국교를 맺었다.

 아버지 안재형 씨도 국가대표 탁구 코치로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다. 그는 “선수 시절 처(자오즈민)는 재능이 아주 뛰어났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1등이었기 때문에 감독에게 밉보여 대표에 뽑히지 못하기도 했다. 반면 나는 노력형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천재형 자오즈민은 올림픽 은과 동, 노력형 안재형은 올림픽 동을 땄다. 그 둘의 아들인 안병훈은 8월 리우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안병훈의 영문이름은 벤이다. 체격이 커서(1m86cm, 90kg) ‘빅벤’으로 불린다. 중국 언론에서는 ‘대륙의 외손(外孫)’이라 칭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훤칠한 체격 덕분에 안병훈은 거리에선 서구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지난 시즌 안병훈은 우드를 자주 사용했다. 그래도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300.4야드가 나왔다. 마음만 먹으면 320~330야드쯤은 가볍게 날려보낸다. 아이언도 정교한 편이다. 탁구 스타 부모의 유전자를 받은 덕분인지 손으로 하는 퍼트감각도 좋다. 지난해 유럽투어 퍼트 수 부문에서 19위에 올랐다. 드라이버를 잘 치는 선수도 있고, 퍼트를 잘 하는 선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고루 잘하는 선수는 드물다. 안병훈은 고른 기량을 바탕으로 지난해 평균 타수 70.09를 기록했다. 유러피언 투어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림픽 골프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60명이다. 다른 메이저 골프 대회나 일반 대회에 비해 참가선수가 적다. 또 국가별로 출전자를 안배하기 때문에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 중 상당수가 못 나온다. 7일 기준으로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선수 가운데 25명만 참가할 수 있다. 물론 쉬운 경기는 아니다. 안병훈은 “어떻게 보면 유리하지만 그래도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인데 모두 실력은 엇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를 비롯, 2위 제이슨 데이(29·호주), 3위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등 빅3 모두가 112년만에 돌아온 올림픽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한국에선 2명이 출전할 전망이다. 안병훈과 함께 세계랭킹 59위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 올림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무대에선 누가 금메달을 딸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골프는 코스에 대한 적응은 물론 당일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안병훈은 “골프는 아무도 모른다. 직접 금메달을 만지면 차가운 느낌이 들겠지만 그래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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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