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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번 북한 핵실험이 날려버린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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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북한의 네 번째 핵실험은 전혀 놀랍지 않다. 외부에 보내는 신호, 내부의 정치 위기, 흥정을 위한 지렛대 마련 등으로 북한의 핵실험 의도를 설명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분석가들은 이제 “김정은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지금쯤이면 대답이 명백해야 한다.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해 다른 나라들을 억지하고 협박하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오랜 의지는 확고하다. 정권의 생존에 필수적인 목표다. 이번 핵실험으로 평양이 이 목표에 더 근접했는지 우리는 수일 내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핵실험이 최근 몇 년간 대북(對北) 정책의 바탕이 됐던 3대 전제를 어떻게 처참하게 날려버렸는지도 우리는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째, 이번 실험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대책(inaction) 말고 다른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북한 핵 개발 프로그램이 낳은 최고의 위기 상황에도 이에 대처하는 미국의 정책은 없었다.

 둘째, 평양은 이번 실험으로 한국 정부가 중국에 걸었던 기대에 큰 구멍을 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에 대한 한국의 ‘구애’는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외교 프로토콜상의 태도를 바꾸는 데는 상당한 정도로 성공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반면 중국 지도자들은 김정은을 기피했다. 한반도에서 전개된 냉전의 역사를 감안하면 이러한 차별 대우는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토콜상의 홀대는 중국의 대북 정책 전환으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전혀 변화가 없었다. 중국은 계속 김정은 정권에 물질적인 지원을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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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김정은은 중국의 모욕을 이겨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위협이 자신의 통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수일 동안 우리는 베이징이 어떻게 나오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정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가 이번에도 북한의 뻔뻔스러움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이겨낼 가능성이 크다.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면 청와대는 베이징의 대북 영향력으로 대북 문제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단호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실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신뢰를 날려버렸다. 이전의 미사일 실험 및 도발과 마찬가지로 이번 핵실험 또한 명백히 일련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안보리의 만장일치 결의로 북한을 규탄하고 제재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합의를 이루는 데 급급해 제재의 구상과 실행은 항상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규탄하고 새로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조치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효과 있는 제재가 되려면 북한의 해상 및 항공 운송에 대한 의무적인 사찰이 가능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또 북한의 다른 불법 행위를 발각해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에서 떠나는 북한 선박의 출항을 금지하거나 사찰을 실시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그러한 제재 강화에 맹렬히 저항할 것이다. 이를 알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제재 강화를 피하려 할 것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안보리 내에서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낮은 수준의 제재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패턴이다. 강대국 간의 협력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시리아 같은 다른 문제에 대처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유지연합(有志聯合·coalition of the willing)’을 결성해 중국과 러시아에 압력을 넣는 게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가 보다 시급한 우선 사항이 되기 전에는 긴장을 높이는 전략이 채택될 가능성이 작다.

 명화 ‘카사블랑카’의 끝 무렵에 보면 진짜 행동을 취할 의도는 없지만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경찰서장이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 또한 비슷하게 돼가고 있는 것을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보여주고 있다. 분노와 규탄에 이어 평상시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외교 패턴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선형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네 차례 실험을 통해 북한은 점점 더 지극히 위험한 위협이 돼가고 있다. 북한에 압력을 넣는 것은 더 힘들어지고 대안은 줄고 있다.

 이런 패턴은 김정은 정권에 꽤 유리하다. 이 패턴을 깨려면 대북 정책에 대한 전제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우선 인식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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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