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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오너의 ‘황제 의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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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대 사회부문 기자

고교 때부터 지금까지 지리산 종주를 5차례 시도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산이 좋아서였다. 그중 3차례는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2차례는 비 때문에 중도에 하산해야 했다. 지리산 종주는 하루 10시간씩 이틀을 걸어야 하는 강행군이다. 이 일을 누군가가 강요했다면 어땠을까. 단박에 거절했거나 어떻게든 안 갈 핑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떠안고 산을 올랐을 것이다.

 성탄절인 지난해 12월 25일 새벽, 회사 단합대회 차원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던 대보정보통신 직원 김모(42)씨가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노조위원장을 지낸 김씨는 지리산으로 향하면서 아내에게 ‘지리산에 끌려간다. 내일모레 보자’는 카톡 문자를 남겼다. 하지만 그는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가족은 “성탄절에 누가 회사 단합대회에 가고 싶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가 다닌 회사에는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사용 금지’ 규칙이 있다. 이를 어기다 경영진에게 적발되면 총 12층의 계단을 20회 왕복하는 벌을 받는다. 몸무게를 줄이라고 지시하는 경영진에게 각서를 제출한 직원들도 있다.

 회사 측은 본지 보도 이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홈페이지에 애도의 글도 띄웠다. 그러면서 “회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직원들에게) 운동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직원의 건강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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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황제식 경영’이라는 지적이 많다. 회장이 직원을 도구처럼 부린다는 비판이다. 네티즌 ‘작은**’은 “항상 윗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면 밑에 사람들도 좋아하는 줄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이용자 ‘새하***’은 “직원들 건강이 걱정되면 칼퇴근문화와 건강수당을 지급해 원하는 운동을 하도록 배려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직원의 건강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잘못됐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직원들의 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기업 오너가 독단적·강제적으로 밀어붙일 때 생긴다. 그룹 회장의 강압적인 지시는 인권 침해 소지가 크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고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말한다. 관련 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건 인식 전환이다. 월급 준다고 해서 직원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 ‘회장 지시’라는 한마디에 직원들의 불만이 꽁꽁 감춰지는 기업문화 속에서는 김씨 사건처럼 허망한 일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일에서 보듯 기업이 사회적 지탄을 받으며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오너가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조한대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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