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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점점 두꺼워지는 ‘진실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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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사죄는 진실한가, 아베는 진실한 사람인가.”

 특파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일본인 지인들이 한국 정가의 ‘진실한 사람’ 논란에 빗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해오는 질문이다.

 겨울 휴가차 일본에 와보니 아베 신조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상의 입을 통해 전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이 진실했는지를 놓고 실제로 연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6일엔 제1야당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가 중의원 본회의에서 “총리는 왜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사죄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아베 총리는 “역대 내각이 표명했던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다”고 했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대신 그는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점만 계속 부각하고 있다. 냉정한 외교전의 현장에서 지도자의 진실함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가도 ‘진실’하지 못한 일본 총리의 민낯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진실성을 따지는 일보다 훨씬 유치하고 낯 뜨거운 진실 게임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봅시더. 젊은 정치! 힘 있는 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한 진실한 사람 ○○○가 왔심더.’

 논리라고는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는 이 글은 지난 5일 휴가 중인 필자의 로밍폰에 친박계 총선 예비 후보의 명의로 발송된 문자메시지다.

 밑도 끝도 없이 ‘난 박근혜 대통령표 진실한 사람이니 뽑아 달라’는 식의 마케팅은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부에서 불을 지폈고 대구·경북(TK) 지역 출마 예정자들이 부지런하게 실행에 옮겼다. 특히 지난달 19일 그들에겐 ‘배신의 아이콘’인 유승민 의원에게 도전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출정식에 친박계 행동대장급 의원들이 몰려들면서 진실 마케팅은 더 노골화됐다. 과거 수해 골프로 당에서 제명까지 당했던 의원을 필두로 줄줄이 ‘진실한 사람’을 외쳐대는 모습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진실한’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 ①한 지역구에 출마하려다 좀처럼 지지율이 뜨지 않으니 다른 지역구로 갈아 타려는 ‘진실한’ 후보 ②친박으로 변신한 경기지사 출신 인사의 대구 출마를 반겼다가 야당 후보에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다시 수도권으로 옮기라는 ‘진실한’ 의원 ③대통령은 경제가 걱정이라는데 비박계 현역 의원을 잡으러 새누리당 절대 우세 지역에서의 출마를 검토 중인 ‘진실한’ 경제관료도 있다고 한다. “TK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진실한’ 사람들의 자만감 때문에 한국 정치는 점점 더 우스꽝스러워지고 있다. TK에서도 벌써 역풍이 강하게 불기 시작했다는데 외국의 특파원들까지 “진실한 게 도대체 뭐냐”고 묻기 시작했으니 ‘진실한 사람들’이 외국의 정치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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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