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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른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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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 주장은 뜻밖의 수혜자를 여럿 낳은 듯싶다. 북한발 쓰나미에 논란의 중심에서 슬그머니 비켜난 이들 얘기다. 그중 한 명이 최태원 SK 회장이 아닐까. 그가 지난해 12월 28일 한 언론사에 보낸 혼외자 고백 편지는 충격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 고백의 방식이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사적인 문제를 지극히 공적인 방식으로 공개한 것 자체부터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편지라는 형식을 선택한 것도 그렇다. 논란을 자기 주도로 끌고 나가겠다는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치밀한 전략이었을지는 몰라도 어른답지는 못한 처사였다.

 사전은 ‘어른’을 ‘①다 자란 사람 ②나이·지위가 높은 윗사람 ③결혼한 사람 ④집단에서 경륜이 많은 사람’ 정도로 정의한다. ③번은 요즘 기준에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나머지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사전적 정의에 없는 어른의 요소가 있으니, 어른답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과 품격이다. 나이가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무조건 어른 대접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얘기다. 이런 생각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층 더 강해졌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반감을 드러낸다. 어른이니까 당연히 존경해야 한다는 인식은 옅어졌다는 얘기다. 지난 6일 벌어진 ‘대한민국 효녀연합’과 ‘어버이연합’의 충돌 사태가 그 일단을 보여준다.

 회원 대다수가 고령인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은 이날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으로 갔다가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대한민국 효녀연합이라고 자신들을 부르는 20대 여성들이다. 일부 매체는 “손가락질을 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 앞에서 효녀연합은 여유 있는 미소를 보였다”고 전했고, 이는 온라인에서 7일까지 뜨거운 화제가 됐다. 흥미로운 건 젊은 네티즌이 “어른이라고 다 옳고 그른 소리만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 “잘못된 모습이 있다면 알려 주는 게 진정한 효녀” “부모님이 잘못할 때도 바로잡아 드리는 게 효”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어른이라고 무조건 어른 대접을 받는 시대는 지나간 듯하다. 이를 두고 젊은 세대를 손가락질만 할 건 아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젊은이들을 가르치려고만 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으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그런 성숙함이 진정한 어른다움이기도 할 테니.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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