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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관광 한국의 초라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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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여행업계에 치욕의 한 해로 기억될 터이다. 외국인 방문자 수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외국인 방문자는 1211만5201명으로, 2014년 1311만4947명보다 7.6% 줄었다.

지난해 전체 통계는 이달 하순 발표될 예정이지만, 여행업계는 외국인 방문자가 2014년보다 약 100만 명 줄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2009년부터 해마다 10% 안팎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관광 한국’이 12년 만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외국인 방문자 1인 지출액이 평균 1193달러(2013년 기준)이니까, 2014년보다 11억93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관광수익이 줄었다는 계산도 나온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줄어든 숫자가 아니다. 여행업계는 물론이고 관광당국도 성적이 안 좋으면 남 탓부터 하는 태도가 문제다. 메르스를 어떻게 이기느냐고, 불리한 환율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고 그들은 되레 묻는다. 정말 그럴까. 진정 우리는 급변하는 외부 요인에 굴하지 않는 콘텐트 육성과 개발에 최선을 다했을까. 내 눈에는 부족하고 아쉬운 것 투성이다.

부산 영도다리 얘기부터 하자. 영도다리 아래에는 한국전쟁 때부터 ‘점바치 할매’들이 살고 있었다. 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피란민이 영도다리로 모여들었고, 가족의 생사가 궁금한 피란민을 상대로 자연스레 점쟁이도 몰렸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아픈 기억을 영도다리의 점바치 할매들은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할머니들은 이제 없다. 할머니들이 세 들어 살던 건물이 재개발되면서 쫓겨났다. 영도대교 도개 행사를 재개한 게 불과 2년여 전이다. 하루 평균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영도대교 도개 시각에 맞춰 몰려들었다. 다리 올리는 장면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 많은 사람이 모였을까. 영도다리 점쟁이 할매들야말로 다른 지역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관광 콘텐트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지난해는 이른바 ‘63빌딩’이 30주년을 맞은 해였다. 63빌딩은 자체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부침 심했던 우리네 30년 세월이 이 63층 건물에 층층이 쌓여있다. 그러나 63빌딩을 운영하는 한화그룹은 “과거 자료가 없다”며 취재 요청을 거절했다. 안타깝게도 63빌딩의 역할은 이제 끝난다. 올 연말이면 롯데월드타워가 63빌딩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국내 테마파크 산업을 선도한 에버랜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이승엽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홈런을 때렸다.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여비’의 안부를 물었다. 여비를 기억하시는지. 이승엽 선수가 한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1999년,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사자다. 사자 이름을 이승엽 선수 이름에서 따왔다. 그러니까 여비는 국내 테마파크 역사 최초로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이 된 동물이다. 그러나 여비는 2014년 이미 죽은 뒤였다. 에버랜드는 여비의 죽음을 일절 알리지 않았다. 에버랜드는 그렇게 여비의 기억도 묻어 버렸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자리에서 콘텐트가 만들어진다. 거창하거나 요란할 필요도 없다. 제 것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외풍 탓만 하는 ‘관광 한국’의 초상화가 딱하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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