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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2회 생일 이틀 앞두고 “수폭 성공” 대대적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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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는 평양 평양시민들이 6일 평양역에서 조선중앙TV가 전하는 수소폭탄 실험 성공 발표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의 ‘수폭(水爆) 실험’ 카드는 치밀하고 전략적이었다. 그의 최근 행보와 북한 관영 선전매체의 움직임을 복기해 보면 감춰졌던 퍼즐 조각이 드러난다. 은밀한 예고는 한 달 전 나왔다.

지난해 12월 10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핵탄·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됐다”고 운을 뗐다. 평천혁명사적지를 방문해서였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이 1948년 12월 북한 자체 기술로 첫 기관총을 만들어 시험사격을 했다는 이른바 ‘주체 국방기술’의 성지였다.

그곳을 발언 장소로 택한 만큼 한국과 서방 언론은 이를 크게 다뤘다. 정보를 슬쩍 흘려 여론을 탐색하는 발롱데세(ballon d’essai) 기법을 구사했다. 발롱데세는 기상 시험·관측 용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북한 조선중앙TV에 따르면 닷새 뒤인 12월 15일 김정은은 노동당 군수공업부에서 올린 ‘수소탄 시험 준비정황’ 보고서를 결재했다. 그 표지에 “2016년의 장엄한 서막은 첫 수소탄의 장쾌한 폭음으로 열어 제끼자”고 친필로 서명했다. 또 일요일인 지난 3일 수소탄 실험 최종 명령서에 사인했다.

 조선중앙TV와 관영 통신 등을 동원한 선전선동술도 꼼꼼하게 펼쳤다. 6일 오전 10시30분(평양시간 오전 10시) 함북 길주군 풍계리 실험장에서 핵실험으로 의심되는 지진파가 감지됐다는 긴급뉴스가 서울과 워싱턴, 베이징(北京) 등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를 확인한 북한은 한 시간 후 “낮 12시(서울시간 낮 12시30분)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알렸다. 이어 예정된 시간이 되자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춰 김정은이 서명한 보고서가 TV 화면에 공개됐 다.

 무엇보다 실험 날짜 택일에 정치적 고려가 엿보인다. 8일은 김정은의 32회 생일이다. 이틀 전 ‘수소폭탄 성공’을 기정사실화해 분위기를 띄우고 리더십을 부각, 선전하려는 의도라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은의 생일은 김일성(4월 15일), 김정일(2월 16일)과 달리 아직 휴일이 아니다.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 생일 때 ‘백두의 혁명위업을 개척하시어’라는 김정은 기록영화를 틀었지만 이후 뚝 그쳤다. 개인 우상화에 나서기엔 시기상조로 판단했을 것이다.

8일 김정은 생일을 계기로 북한이 어떤 추가 이벤트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땐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았다. 올 5월 초 36년 만에 노동당 7차 대회를 여는 시점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빗나갔다.

  김정은의 수소폭탄 도발에선 향후 통치 청사진이 읽힌다. 우선 집권 5년차에 접어든 올해 권력을 안정시켜 보려는 갈구가 느껴진다. 둘째, 핵 개발과 민생 챙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핵·경제 병진노선이 뚜렷하다. 셋째, 핵을 앞세워 미국 등 국제사회와 치열한 협상을 벌일 의도가 엿보인다. 남북관계가 들어설 공간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이 꺼낸 핵융합 방식의 수소탄은 핵분열 원자탄에 집착한 김일성·김정일과 다른 차원이다. 대북 압박의 파고는 더 거세지고 국제사회와의 소통과 융합에선 한 걸음 더 멀어지게 됐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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