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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첫 미션은 ‘아이 목욕시키기’

정보기술(IT) 업체 직원인 유승환(33·서울 서초동)씨는 지난해 10월 아들을 낳은 ‘신참’ 아빠다. 매일 퇴근 후 전업주부인 부인을 도와 아기 목욕을 시키고 안아주고 있다.

유씨의 요즘 최대 고민은 ‘아빠로서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다. 유씨는 수시로 인터넷에서 육아 정보를 검색해 보지만 ‘아빠 육아’엔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유씨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만이 해줄 수 있고 꼭 해줘야만 하는 게 뭔지 몰라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육아는 엄마 몫’이란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아빠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친구와 아빠의 합성어인 ‘프렌디(friendy)’, 일과 육아를 모두 잘해내는 ‘알파대디’ ‘워킹파파’ 같은 단어도 흔히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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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학교’ 캠프에 참여한 아빠들과 자녀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건 확실하다.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엄마와 아빠는 뇌부터가 다르다. 엄마는 공감 능력과 언어 능력이, 아빠는 논리적인 부분이 뛰어나기 때문에 아이에게 주는 영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넘어져서 왔을 때 엄마는 아이의 아픔을 공감하고 다독여 준다면 아빠는 넘어진 전후 상황을 파악한 뒤 아이에게 실수하지 않게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아빠는 여전히 육아에 참여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관심은 있으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당혹스러워한다. 이런 보통의 아빠를 위해 김영훈 교수는 “아빠도 아이가 태어나면 6개월간은 호르몬 분비가 변해 생물학적으로 부성애가 강하다”며 “생후 6개월간 최대한 스킨십을 많이 해야 애착을 형성하기 쉬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목욕을 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목욕을 시키는 과정에서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이 아빠와 자녀 사이의 신뢰감과 친밀감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엄마의 육아 부담을 줄여 주는 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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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북처럼 두들기며 웃는 최용규(42)씨와 첫째 딸

아빠들의 모임인 ‘아빠학교’ 운영자 권오진(57)씨는 “엄마들이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게 아이 목욕이다. 이것만 아빠가 전담해 줘도 엄마들의 육체적·시간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놀아 주기도 아빠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사물에 대한 인지 능력, 집중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목표가 있는 놀이를 하면서 칭찬을 반복하면 아이의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권씨는 자녀의 연령에 따라 놀이 유형을 바꾸는 ‘3·6·9 법칙’을 강조했다. 그는 “0~3세까지는 신체놀이가 많아져야 한다. 안아 주고 목욕시켜 주며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체가 급격히 성장하는 4~6세엔 신문지로 접어 칼싸움하는 것처럼 도구를 이용한 놀이가 유용하다. 4~6세 자녀를 위해 권씨가 추천하는 놀이는 ‘박스 터널 놀이’다. 박스 5개를 이어 붙여 터널을 만들어 두고 아이가 박스를 통과할 때마다 아빠는 박스를 두드리며 소리를 질러 주면 된다. 숨바꼭질도 태아 본능이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까지 좋아하는 ‘스테디셀러’ 놀이라고 권씨는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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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든 요리를 자랑하는 신석규(33)씨와 첫째 딸

 7~9세는 호기심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각종 체험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다. 『프렌디 매뉴얼』의 저자 신석규(33)씨는 “‘아이를 보라’는 말을 듣고 자녀에게 장난감을 주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아빠도 있는데 그러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면서 아이 행동에 ‘리액션(반응)’하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주말에 아이와 단둘이 외출하거나 엄마에겐 자기 시간을 주고 아이가 아빠에게만 의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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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 카페에서 ‘셀카놀이’를 하는 안성진(46)씨와 두 아들

 책 읽기도 아빠가 맡아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이들은 대개 3~5세가 되면 책을 가까이 하게 된다. 초등 4학년, 2학년 두 아들을 둔 안성진(46)씨는 “퇴근하면 피곤하지만 자기 전에 반드시 책을 읽어 주고 있다. 어제는 아파서 엄마가 대신 책을 읽어 주겠다고 했더니 금세 쫓아와서 읽어 달라고 할 만큼 따른다”고 말했다.

정은주 한우리 미래교육연구소장은 “아빠가 책을 읽어 주면 오랫동안 함께 있는 엄마가 읽어 줄 때와는 다른 효과를 준다. 짧은 시간에도 친밀도를 높일 수 있으며 중저음의 목소리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아빠는 육아 경험의 측면에서 엄마에 비해 여러모로 서투르다. 그래서 아빠에겐 잔소리보다는 따뜻한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 김영훈 교수는 “아이를 위해 뭔가 해주고 싶은 의욕이 생긴 아빠도 아내로부터 서툴다고 지적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육아는 아내 일’이란 생각에 기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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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장은 “엄마에게만 의존하는 아이는 부모에게 혼나는 과정에서 자존감을 잃기 쉽지만 아빠와 관계가 좋은 아이는 엄마와의 사이에서 고집도 부려 보고 타협도 하며 갈등과 화해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처럼 자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좋은 아빠가 되는 데엔 엄마들의 숨은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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