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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삶, 그리고 시간 … 사진가 권태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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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균 ‘집으로 가는 길Ⅰ’, 경남 의령, 1980.

유랑(流浪)은 그의 주제이자 삶이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태균(1955~2015)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과 느꼈던 것들을 찍었다. 길 위에서 그는 인생을 곱씹었다. “나의 사진적 관심은 삶이란 것, 사람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아가는가”라고 그는 생전에 말했다.

 지난해 1월 2일, 60세를 일기로 갑자기 떠나버린 권태균 1주기 추모 및 사진집 출판기념전이 서울 강남대로 스페이스 22에서 열리고 있다. 『노마드-변화하는 1980년대 한국인의 삶에 대한 작은 기록』(눈빛)은 고인이 1980년대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주로 촬영한 흑백사진 110점을 담고 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이 편안하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본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장터에서 한잔 걸치고 흥이 난 촌부, 시골 다방에서 맛있게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리는 농부…. 사진평론가 정진국씨는 “사진 속의 인물들은 어떤 세대와 민족의 전통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썼다.

 유목민이 겪은 변화에 못지않은 격변을 기록하면서 권태균은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인연인데,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인연들을 버리지 않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서 의미 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이 땅과 거기 뿌리내리고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 어린 기록사진을 40여 년 찍은 ‘시간 수집가’였다. 꼼꼼한 자료 정리로 이름난 그는 소장한 사진 원고 양이 어마어마해서 ‘역사 사진가’라고도 불렸다. 사라지는 직업과 집단적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다루겠다던 그의 약속은 돌연 침묵 속에 잠겼다.

 권태균의 스승인 원로 사진가 강운구씨는 ‘시간과 겨루기에서 슬프지 않은 것은 없다’고 했다. 그가 스승의 작업을 이어 내놓은 『마을 삼부작 30년 후』는 그 슬픔을 잠시 잊게 해주는 흔적을 남겼다. 우리는 모두 시간과 겨루기에서 끝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녔지만 권태균은 주저하지 않고 그 슬픔조차 똑바로 바라보았다. 전시는 다음달 20일까지. 02-3469-0822.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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