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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눈가루

눈가루 -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기사 이미지
까마귀가
솔송나무가지를 흔들어
내게 눈가루를
떨어뜨리니


내 가슴의
기분이 달라지고
내가 후회했던 날의
어떤 부분을 구해주었네




원문의 솔송나무는 주목류의 상록수이지만 독미나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까마귀 역시 죽음과 공포를 상징하는 새다. 시 속의 화자는 어떤 “후회”의 마음을 가지고 눈이 쌓인 솔송나무 아래에 서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마침 솔송나무 가지 위에 있던 까마귀가 쌓인 눈을 건드려 눈가루가 화자에게 쏟아진다. 프로스트는 이 대목에서도 눈가루를 “dust of snow”라 표현함으로써 눈가루에 “먼지(티끌)”라는 부정의 색채를 슬쩍 입힌다. 독, 죽음, 먼지의 부정적인 기표들이 “눈”이라는 순백의 기표를 경유하면서 갑자기 시적 화자의 기분을 바꾸어주고 “후회”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눈가루가 쏟아지는 아주 사소한 일이 어찌 보면 죽음 가까이에 있던 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러니 큰 사건으로만 인생을 재단할 일이 아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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