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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수소폭탄’ 실험한 북한, 루비콘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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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논설위원

새해 벽두부터 북한이 규모 5를 넘나드는 대규모 인공지진을 만들었다. ‘수소폭탄’의 위력이다. 1990년대 초반 공산권 붕괴와 김일성 사망으로 체제 붕괴의 위기에 처했던 북한이 이제 위협적인 세력으로 기사회생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겠다. 인정하기 괴롭지만, 북한은 핵 전면전쟁 능력을 보유한 군사강국에 상당히 접근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다 여기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만 개발하면 실질적인 핵보유국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북한은 이제 핵의 루비콘강을 건넜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을 설득해 핵 포기를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의 수령유일체계를 흉내 내던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예 차우셰스쿠(1989년 12월 25일)와 핵을 포기했던 무아마르 알카다피(2011년 10월 20일)가 국민의 손에 제거되는 모습을 지켜봤던 북한 정권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실전에서 위협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군사전문가는 “북한은 전면전을 통해 남조선을 강점한다는 대남군사전략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형했을 뿐 결코 포기한 적이 없다”며 “핵과 미사일 개발은 이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안보당국에 제출된 비공개 안보보고서다. 본지가 입수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힌트를 얻어 새로운 남침계획을 세웠다. 일단 재래식 전력으로 남침한 뒤 핵을 장착한 ICBM과 SLBM으로 미국과 일본을 위협해 개입을 저지하면서 한반도를 내전상황으로 끌고 간다는 내용이다. 내전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을 강점한다는 오랜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세가 불리해지자 심지어 자신들이 무너뜨린 탈레반 정권의 잔당과도 협상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를 지켜본 북한이 무릎을 치며 이런 작계를 세웠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래도, 퇴로도 없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수명 연장을 위해 벌일 수 있는 전쟁 카드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를 송두리째 뒤흔들 군사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식량도 충분하지 못하고 전기도 제대로 없는 북한이 재래식 남침을 생각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 대북정보 전문가는 “북한군은 이미 대한민국 내 군사좌표를 북한식으로 바꿔 담은 군사지형학 수첩을 전군에 배포했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남한 지형을 숙지하면서 포격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기관 세트장을 만들어 놓고 침투와 타격훈련도 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4년 초 ‘통일대전’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지시하고 지난해 “3년 내 무력통일”을 호언장담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6일 북한이 실험한 수소폭탄의 전략적 가치는 그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험 성공은 북한이 이런 작전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전쟁수행 능력을 상당히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중국의 지원 없이도 한반도에서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성큼 다가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안보 목표를 북핵 포기 대신 한반도 전쟁 억지로 바꾸는 일이다. 핵전쟁 능력을 확보한 북한을 전쟁 없이 연착륙시키는 국제적인 외교적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사실상 동북아의 삼각군사동맹 관계인 한국·미국·일본은 물론 북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중국까지 포함시켜 4개국이 북핵 봉쇄 조치를 함께 추구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외교원칙이라는 중국이 이런 삼각봉쇄에 동참하도록 외교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삼되 자체 군사·정보 역량도 강화해 북한에 도발할 틈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자체 정찰위성을 확보해 대북 탐지 능력을 고도화해야 한다. 북핵을 사전에 자체 탐지하는 능력을 확보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국가 안보를 보장하겠는가. 2016년 1월에 쓰는 ‘북핵 징비록’이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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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