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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수위 높이는 사우디, 이란…국내 정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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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성직자 처형이 이란인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 앞에서 한 성직자가 대중을 향해 분노 섞인 연설을 하고 있다. [테헤란 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려 중동 이웃나라로도 번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

사우디는 4일 이란과 교역은 물론 항공편 운항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국적자의 이란 여행도 금지한다. 사우디로선 지난 2일 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를 처형한 데 대해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방화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신의 분노가 사우디 정치인들에게 내려질 것”이라고 한데 대한 2차 반격이다. 전날엔 1차로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사우디는 이란 무슬림의 메카와 메디나 성지 순례는 허용키로 했다. 사우디 소식통은 “이란인의 성지순례를 금지하면 이슬람권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란도 맞대응 차원에서 사우디로의 항공편 운행을 중단했다. 이란 외무부는 “사우디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증거”라며 “사우디 정부는 국내 문제에 대한 시선을 밖으로 돌리려고 단교를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사우디와 이란이 국내 정치를 위해 종파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유가와 예멘 내전 장기화로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은 살만 사우디 국왕으로선 이란과의 종파적(수니파 사우디 대 시아파 이란)·민족적(아랍 대 페르시아인) 갈등 구도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사우디 국방 분야 전문가인 파이잘 빈 파르한 왕자는 WSJ 인터뷰에서 “많은 사우디인이 최근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소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여겨왔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도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강경 보수 세력이 사우디와의 갈등을 반기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이 개방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사우디 대사관의 습격도 이들 중 일부가 벌인 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와 가까운 수니파 국가들도 이란과의 외교 단절 대열에 동참했다. 바레인은4일 이란 외교관들에게 “48시간 안에 떠나라”고 통보했다. 바레인은 수니파 왕정 국가로 분류되지만 시아파가 60%를 차지한다. 2011년 아랍 민주화 운동 때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 바레인 정부는 이란이 배후에 있다고 믿고 있다. 수단도 단교와 함께 이란 외교관을 추방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는 대사급이던 외교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낮췄다.

미국과 러시아 등 국제 사회는 초긴장 상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양쪽 외교장관들과 접촉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관련 당사국 국민들이 중동 지역 전체의 상호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식으로 양국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중재 의사를 밝혔다.

국제사회는 어렵사리 마련한 ‘시리아 평화안’이 좌초할까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와 이란은 시리아와 예멘에서 대리전을 벌이는 나라”라며 “이번 갈등이 특히 시리아에서 군사적 충돌 수위를 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이란 핵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사우디를 외면했던 게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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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이란 모두 처형으로 악명 높아=이란이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비난했지만 이란도 사형 집행이 많기로 악명 높다. 4일 인권운동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1~11월 최소 151명을 처형했다. 2014년 한 해 90명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란은 이를 능가한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830명이 처형돼 사우디의 5.5배에 달했다. 두 나라는 주로 마약 관련 범죄자들을 처형해 왔다. 사우디가 알님르 등 47명을 테러 혐의로 처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서울=백민정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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