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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기자의 '한끼라도'] 명태·생태·북어·황태 그리고 황태 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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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


일주일에 서너 번씩 술을 마시는 우리 부부의 식탁에는 꼭 술국이 필요하다. 결혼하고 몇 달 동안은 구색만 갖추면 된다는 생각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북어를 사다가 파, 달걀을 넣어 맑은 북엇국을 끓였다. 딱히 맛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숙취해소 효과도 없었지만 그 정도는 해야 신혼 느낌이 났다. 그 얘기를 들은 시어머니는 지나가는 말로 “인제 황태로 국을 끓이면 맛이 다르다”고 하셨다. 강원도 토박이 시어머니의 식재료 지식백과 사전은 허투로 들을 게 하나도 없다.

황태라. 황태를 알려면 명태로 시작하는 수많은 변형 명사를 이해해야 한다. 대구과에 속하는 한류성 생선 명태가 본명인데, 생태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생태가 더 싱싱하게 들린다. 겨울의 동해 바닷가 어시장에서 파는, 나뭇방망이처럼 생긴 건 북어다. 편의점에서 파는 북어포는 명태의 배를 갈라 납작하게 펴서 두드린 것이라 오래된 종이처럼 색이 누렇지만, 어시장 북어는 투명한 고동색이라 어딘지 모르게 품위가 느껴진다. 황태는 대관령 근처 인제의 덕장에서 얼었다, 녹았다, 말랐다의 과정을 반복하며 맛과 식감이 농축된 걸 말한다. 요즘은 일본 삿포로 근처 베링해에서 잡은 명태를 러시아에서 말려 손질한 뒤 한국에 수출한다는데, 국산 황태 중 70%를 차지하는 인제 덕장의 황태와는 맛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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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는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황태가 된다.

시어머니가 구해다 주신 황태를 굽기도 하고 끓이기도 하면서 나는 황태의 품격은 북어에 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북어는 습기 없이 바람에 말리지만, 황태는 대관령의 깨끗한 눈을 맞으며 경건하게 말라간다. 북어의 살은 쫀득쫀득하지만 황태의 살은 부드럽고 연하다. 덕장에 거는 즉시 얼어 붙어 양분을 간직한다. 꼿꼿하고 당당하게 얼어 붙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황태는 오롯이 안으로만 단단해져 식탁에 오를 때까지 자신의 최고를 내어주지 않는다. 이렇게 마르는데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이 걸린다. 황태국을 먹을 때는 그 시간을 함께 마시고 씹는 것이다.

반찬으로는 김치보다 젓갈이 좋다. 동해에 있는 시장에는 명태 부속물을 파는 구역이 있다. 창자로 만든 창란, 식감 뽀득뽀득한 서거리(아가미), 명란이 즐비하다. 종류별로 몇 백 그램씩 사두면 아침 식탁 차릴 때 힘들 게 없다. 술국 끓이고 젓갈만 내면 신경 쓴 밥상이 된다.

술국 끓이는 건 레시피를 읽는 것보다 머리로 이해한 뒤 끓이는 게 더 쉽다. 멸치 다시(맛국물)를 낸 육수에 미리 참기름으로 볶아둔 북어포를 넣고 무와 함께 부르르 끓인다. 국간장과 소금, 마늘로 간을 맞추고 풀어둔 달걀을 붓고 살짝 기다렸다 내는 거다. 이런 ‘요리 과목’이 늘어나면 암호 같은 식재료 이름이 자연스럽게 외워지면서 계절과의 상관 관계도 알게 된다. 부엌에 자주 드나드는 여자는 이런 관계를 좀 더 많이 이해한다. 그래서 계절마다 바쁘고 즐겁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손아랫사람에게 “인제 황태로 끓여야 맛있지” 같은 말을 나도 모르게 툭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요리하는 사람의 몫이다.

강남통신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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