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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후 동독 학생들이 배우던 과목 폐지 대혼란 … “북한 교육 장점도 수용을”

독일 통일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의 벅찬 감동으로 시작됐지만, 실제 통합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특히 동독의 교육 현장에선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면서 교사와 학생 모두 큰 혼란을 겪었다.

[평화 오디세이 2016] 통일, 교육부터 시작하자 <하>
독일 시행착오서 배우는 교훈
서독 교과서 보급까지 반년 걸려
“동독 출신들 통일 전이 좋았다 말해”
남북 교과통합 시뮬레이션 필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진숙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12월 펴낸 연구보고서 ‘통일 대비 남북한 통합 교육과정 연구’에는 당시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통일 당시 동·서독의 교사, 학생, 교육청 관료 25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면접조사에 응한 통일 당시 동독 교사 마리오는 “통일 직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혼돈기였다”며 “학생들은 변화를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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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동독 교사였던 미카엘도 “통일 후 3~4년간은 학부모들이 (이념교육 성격을 갖고 있던) 역사·지리·국어·정치교육 교과 교사들에게는 아이들을 맡기지 않으려 했다”며 “교사들은 2개 이상의 교과 자격증을 따는 방식으로 혼란기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통일 당시 동독의 초등학생이었던 이고르는 “통일 전의 교장 선생님이 쫓겨나진 않았지만, 평교사로 강등돼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것을 기억한다”며 “통일 전에는 교사가 시키는 학생이 학교 대표가 됐는데 통일 이후엔 민주적 선거를 통해 뽑았다”고 했다.

 서독 학생이었던 율리아 고트발트는 “동독 출신들이 통일 이전이 더 좋았다고 불평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장점이 존중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국이 이런 부작용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 학교 시스템의 장점을 찾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터뷰와 별도로 통일 당시 서독의 교사 3명과 학생 4명, 동독의 교사 9명과 학생 4명 등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이 중 16명은 90년 통일이 선포된 이후 과도기가 있었다고 답했다. 8명(동독 출신 7명, 서독 출신 1명)은 1년, 5명(모두 동독 출신)은 2년이라고 답했다. 7명은 과도기를 ‘불안정 상태, 동요’라고 규정했다. 당시 동·서독 교사였던 12명에게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묻자 3명이 1년, 2명이 3년이라고 답했다. 10년이란 응답자도 1명 있었다.

 한국에 당부하고 싶은 것에 대해선 ‘통일 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남·북한 입장을 절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3명), ‘남·북한 교사들이 함께 토론하며 미래 교육과정을 구상해야 한다’(2명)는 의견이 나왔다. “동독의 경우 강한 공동체의식 등이 장점이었지만 통일독일은 이를 살리지 못했다. 남북통일 땐 북한의 모든 것을 폐기하지는 말았으면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독일 통일 당시 교육현장에선 동독의 체제가 서독에 편입되는 흡수통합이 이뤄졌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동독은 세 차례의 긴급조치를 발령해 군사 교과 폐지, 이데올로기 수업(국가시민 교과) 폐지, 주 5일제 수업 등을 결정했다. 서독 교과서를 동독에 보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동독 출신의 서독 대학 진학이 허용된 것은 90년 5월이었다. 장벽 붕괴 후 반년 뒤였다. 동독의 교원자격증을 서독의 1차 임용시험 합격과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결정은 90년 10월에야 이뤄졌다.

 동독 학생들이 배우던 교과 상당수도 폐지되거나 서독식으로 바뀌었다. 통일 전 동독 학생은 제1외국어로 러시아어를 필수로 배웠다. 하지만 통일 이후 러시아어·영어·프랑스어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결과 91학년도에 학생 90%가 영어를 제1외국어로 선택해 교사 부족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독의 기존 교과 중 없어지거나 내용이 바뀌지 않고 살아남은 교과는 천문학이 유일했다. 대부분 공산당원이었던 교장·교감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90학년도에 6700명이 해고됐다.

 김 연구위원은 “독일처럼 예기치 않은 사태에 따른 통일과 과도기의 혼란도 상정해야 한다. 학제나 교육과정, 교과과목 통합에 있어 미리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며 “지금부터 북한의 실태를 파악해 통합교육의 큰 틀을 만들고, 통일이 되면 북측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최익재·정용수·전수진·유지혜·현일훈·안효성·서재준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통일문화연구소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사진=조문규·김성룡·강정현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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