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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영화 9200만 편 왕래 ‘데이터 고속도’ … 주파수 더 필요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하루 평균 무선통신 트래픽은 17만9929테라바이트(TB)로 역대 최고였다. 2014년 1월(8만3487TB)과 비교하면 1년10개월 만에 115.5%나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카톡하고 게임하며 영화나 사진을 내려받는 행위가 모두 데이터 트래픽으로 연결된다. 해외 언론은 한국인들을 “데이터 대식가(Data Gluttons)”라 부르며 놀라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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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통신사들 주파수 전쟁

 데이터는 주파수(Frequency)라는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한다. 미래부는 이르면 다음달 주파수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매는 이르면 4월에 시작된다. 연내에 5개 대역에서 모두 140㎒ 폭이 시장에 나온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향후 10년 먹거리를 좌우할 이벤트”라며 긴장하고 있다.


통신사업 성패 가르는 주파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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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의 중계기가 한 곳에 설치된 서울시내 한 건물 . 3사는 오는 4월 주파수 확보를 놓고 천문학적 액수를 거는 ‘쩐의 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중앙포토]

 주파수 대역폭은 이통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정부가 경매로 주파수를 분배할 때 이통사들이 수천억원씩 내고라도 주파수를 따내려 드는 건 이 때문이다. 땅이 없으면 도로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이통사는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빌려야 통신 사업을 할 수 있다. 확보한 땅이 많아 고속도로를 4차로에서 8차로로 넓히면 이용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

 주파수를 추가로 확보하면 데이터 속도에 민감한 이통시장에서는 판도가 금세 뒤바뀐다. 당장 사용하지 않는 주파수라도 확보해두면 미래 경쟁력이 올라간다. 다른 회사가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막는 효과도 있다. 실제 2011년 SKT와 KT는 차세대 LTE 표준 주파수 1.8㎓ 대역 20㎒ 폭을 놓고 83라운드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SKT가 최종 낙찰받아낸 금액은 9950억원에 달했다. 2013년 실시된 1.8㎓ 대역 15㎒ 폭은 KT가 9001억원에 낙찰받았다.

 올해 경매에 나올 주파수 매물 5개 중에는 SKT가 반납하는 2.1㎓ 대역 20㎒ 폭이 가장 주목을 받는다. 기존 주파수와 합쳐 차로를 확대하기가 가장 용이한 주파수이기 때문이다.

 경매가가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SK는 이미 8500억원 정도의 장비를 투자한 만큼 수성 의지가 강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주파수 효율성이 높은 대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목할 점은 주파수 입찰 전쟁에서는 ‘내가 싸게 낙찰받기’ 만큼이나 중요한 전략이 ‘경쟁사가 비싸게 낙찰받게 하기’라는 점이다. SKT 외의 이통사들이 입찰 대금을 1조원대까지 끌어올리다가 중간에 돌연 입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주파수를 놓고 이 같은 ‘쩐의 전쟁’이 벌어지는 배경은 한정된 자원이어서다. 주파수는 전파의 진동 횟수를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진동 횟수만 달리하면 무한 공급이 가능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주파수 고속도로를 마음껏 드나들려면 장비사·제조사·통신사업자들이 관련 장비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주파수 개발과 기술 표준화가 함께 완료된 대역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주파수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국제 호환성이 중요하다. 글로벌 표준화가 돼 있지 않은 주파수로는 망끼리의 연결도, 관련 장비의 수출도 불가능하다. 표준화 합의가 돼 있지 않은 대역은 국제적으로 쓸 수 없다.

 특히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통상 300㎒에서 3㎓ 사이의 몇 개 대역에서만 국제 표준화가 완료돼 있다.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어떤 대역을 글로벌 표준으로 쓸지를 놓고 ‘국제 주파수 분배’ 작업을 한다. 국내 이동통신용 주파수도 공급에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다. 표준화된 대역 내에서 방송용·위성용·군사용 등으로 잘게 쪼개 쓰면서 이통용 주파수는 점차 희소자원이 돼가고 있다.

 주파수와 데이터의 관계는 고속도로와 차량의 관계로 이해하면 쉽다. 먼저 국내 도로 상황부터 살펴보자. 주파수라는 고속도로의 물리적 속성은 ‘빛이며 동시에 진동’이다. 구체적으로 풀면 ‘공간상을 빛의 속도로 지나는 파동’이다. 전파는 일정한 진폭으로 진동하면서 공간을 이동한다. 1초에 되풀이되는 파동 주기(사이클)의 수가 곧 주파수다. 1초에 1회 진동하면 1헤르츠(㎐), 1000번 진동하면 1㎑, 100만 번 진동하면 1㎒(1000㎑), 10억 번 진동하면 1㎓(10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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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통신사들은 서로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통신 서비스 사업을 하는데, 이는 분당 진동수가 서로 다른 고속도로를 깔아 놓고 진입 차량을 분류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KT는 1.8㎓에서 4세대(4G) LTE 통신망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는 KT 가입자들은 전화를 걸거나 데이터를 보낼 때 초당 18억 번의 진동으로 신호를 보낸다는 얘기다. KT 기지국은 이 진동수를 자신의 가입자로 인식하고 1.8㎓ 고속도로에 KT 가입자의 진입을 허용한다. 2.6㎓에서 LTE 서비스를 하는 LG유플러스는 가입자들이 보내오는 분당 26억 번의 진동만 인식하고 처리한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통신사들끼리는 어떻게 전화가 연결되는 것일까. 이통사들이 각자 구축한 주파수 고속도로는 인터체인지로 연결돼 있다. 목포를 갈 때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에서 호남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과 같은 원리다. SKT 가입자인 남편이 LG유플러스 가입자인 아내에게 전화를 하거나 데이터를 보내면 처음엔 1.8㎓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인터체인지를 통해 LG유플러스의 2.6㎓ 고속도로로 진입하게 된다.

 고속도로 이용료처럼 이통사 간에도 타사의 주파수를 사용한 데 대해 비용을 내야 한다. 이통 3사는 매달 타사 가입자가 자신의 고속도로를 달린 횟수와 시간을 계산해 주파수 이용요금을 서로 정산한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T가 KT나 LG유플러스에서 받아내는 액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통사들이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 통화요금을 깎아주는 ‘망내 통화’ 할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다른 고속도로 이용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SKT의 경우 1.8㎓와 850㎒에서 LTE 서비스를 한다. SKT와 KT가 같은 1.8㎓대에서 서비스를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안에서도 진동수, 즉 주파수는 구분돼 있다. 진동의 횟수가 서로 다르도록 각자의 고속도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대의 주파수를 통상 고주파, 700㎒·900㎒처럼 ㎒ 대역을 저주파로 분류한다. 주파수의 대역이 높을수록 전파는 상하 진폭이 큰 대신 멀리 가지 못한다. 고주파에서 통신서비스를 하면 데이터를 선명하게 보낼 수 있지만 멀리 보내기 위해서는 기지국의 수를 그만큼 늘려야 한다. 반대로 주파수의 수치가 낮을수록 상하 진폭이 작은 대신 멀리 간다. 저주파에서는 멀리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명하게 보내기 위해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영화가 ‘덤프트럭’이면 사진은 ‘경차’

 디지털 데이터는 0이나 1로 표시되는데 0이든 1이든 부호 하나가 1비트(Bit)다. 이 비트가 8개(2의 3제곱) 단위로 묶인 조합 하나를 1바이트(byte)라 한다. 1024바이트(2의 10제곱)만큼 묶이면 1킬로바이트(KB)인데 이후 1024배씩 늘어날 때마다 메가(MB), 기가(GB), 테라(TB)로 단위가 커진다.

 화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의 용량을 보통 2GB로 계산하면 1TB(1024GB)는 영화 512편 분량이 된다. 지난해 11월의 하루 평균 트래픽 양을 대략 18만TB로 계산하면 하루에 길이 두 시간짜리 영화 9216만 개가 무선통신 네트워크를 오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주파수 고속도로에는 영화 같은 초대형 트럭보다 단문자나 사진처럼 초소형 차량이 훨씬 많다. “사랑해” “잘자, 내 꿈꿔” 같은 짧은 문자메시지는 불과 4~5비트에 불과하다. ‘먹방’을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데이터 크기가 2~3MB가량밖에 안 된다. 셀카의 경우엔 해상도가 더 낮아 장당 데이터 용량이 300~400KB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용량들이 18만TB만큼 오갔다는 얘기는 주파수 고속도로에 수백억~수천억 대의 데이터 차량들이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미래부 공급 계획에 따라 주파수 고속도로는 올해 한층 넓어진다. ‘데이터 대식가’들은 주파수 운행 가속페달을 더 힘껏 밟게 될 전망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ngang.co.kr

주파수 전파가 1초 동안 공간을 지나는 동안 상하로 진동한 횟수다. 1초에 1000회 진동하면 1㎑, 100만 번 진동하면 1㎒, 10억 번 진동하면 1㎓다. 특정 통신사가 1.8㎓를 주파수로 사용한다는 의미는 전화하거나 데이터를 보낼 때 초당 18억 번의 진동을 보내오는 신호만 기지국에서 인식하고 수신해 상대방에게 연결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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