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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귀, 부르튼 입술 … 악바리 두 청춘의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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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유도 73㎏급 국가대표 안창림의 왼쪽 귀는 수만 번 매트에 부딪힌 끝에 일그러진 상태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일본의 끈질긴 귀화 제의를 뿌리치고 2014년 한국에 와 73㎏급 간판 선수로 성장했다. 하루 9시간 맹훈련을 버티는 김잔디의 입술은 상처로 성할 날이 없다. 지난해 일취월장한 김잔디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민선 이후 20년 만에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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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남자 73㎏급 국가대표 안창림(22·수원시청).

리우 앞으로 ③ 유도 안창림·김잔디

 그의 왼쪽 귀는 혈관이 부풀어 올라 만두 모양처럼 변했다. ‘만두 귀’는 수만 차례나 유도 매트에 부딪히고 쓸리면서 생긴 영광의 상처다.

 여자 57㎏급 김잔디(25·양주시청).

 그녀의 입술은 상처 투성이다. 매일 9시간 이상 매트에서 넘어지고 구르면서 그녀의 입술은 찢어지고 부르트지 않은 날이 없다.

 유도는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서 안병근(54)과 하형주(54)가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8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따낸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올해 8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을 앞두고 세대교체에 성공한 대표팀은 역대 최고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유도의 금메달 사냥에는 ‘국가대표 악바리’ 안창림과 ‘매트 위의 수지’ 김잔디가 각각 남녀부 선봉에 선다.

 안창림은 94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유도를 시작한 그는 고교 입학 당시 동급생 10명 중 꼴찌를 차지할 정도로 그저그런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최고의 선수가 됐다. 츠쿠바 대학 시절엔 강호들을 잇따라 무너뜨리고 일본 대학부 정상에 올랐다. 끈질긴 귀화 제의를 뿌리치며 한국 국적을 버리지 않았던 안창림은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2013년 한국에 왔다.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한 안창림은 한 달 만에 한국의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국가대표에 뽑혔다. 그 해 6월엔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선 1위에 오르며 단숨에 73㎏급 1인자로 급부상했다. 안창림은 “2014년 세계청소년선수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대회였다.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김잔디의 이름은 ‘잔디처럼 푸르게 자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몸이 약했던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 17세인 2008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전국체전에서는 2008년 이후 8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는 번번이 금메달 문턱에서 물러섰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두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다. ‘2인자’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잔디처럼 그는 시련을 꿋꿋하게 이겨냈다. 김잔디는 “실패한 경험 덕에 더 강해졌다. 어린 나이에 챔피언이 됐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정복(62) 유도대표팀 총감독은 지난해 김잔디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면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김잔디는 지난해 열린 국제대회에서 3번이나 정상에 올랐고,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리우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서 감독은 “잔디는 훈련을 너무 혹독하게 해 부상을 입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도 대표팀은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3위(금메달 2개, 동메달 3개)에 올랐다. 한국이 세계선수권에서 종합 3위를 차지한 것은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코치와 선수가 일대일 맞춤형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늘었다.

 업어치기 기술이 부족한 김잔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업어치기의 달인’ 이원희(35) 코치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김잔디는 “이 코치님과 3년 전부터 함께 땀을 흘렸다. 나의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창림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송대남(37) 코치가 가르치고 있다. 안창림은 지난해 7월 열린 광주 U대회에선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한판승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우승했다. 그러나 안창림은 기대를 걸었던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3위에 그쳤다. 준결승에서 일본의 오노 쇼헤이(24)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안창림이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경험한 다섯 번의 패배 중 세 번을 오노에게 당했다. 안창림은 “아직 오노를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그래도 리우 올림픽에선 오노를 꺾고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김잔디는 실력 뿐만 아니라 단정한 외모로도 유명하다. 김잔디는 지난달 초 공중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에는 ‘매트 위의 수지(걸그룹 미쓰에이 멤버)’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자 유도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김재범·송대남)를 따냈다. 반면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조민선(44)이 금메달을 딴 이후 금맥이 끊겼다. 김잔디는 “부상은 두렵지 않다. 올림픽이 끝나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유도만 생각하고 있다”며 “피곤하고 힘들지만 자신있다. 리우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안창림은 “재일동포라서 나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러나 나는 엄연한 한국인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만으로 벌써 꿈을 이뤘다. 이제 부담감을 떨치고 올림픽에서 내 실력을 맘껏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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