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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밀린 통일교육 … 5명 중 1명 “수업받은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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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4일 경기도 상갈중 2학년 학생들이 ‘통일 체험’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상갈중학교 2학년 4반 교실.

[평화 오디세이 2016] 통일, 교육부터 시작하자 <상>
부실한 한국 통일교육 “시험 출제 안돼 건너뛴다”

탈북자 강사 수업 들은 뒤
“통일 찬성” 2배로 늘었는데 교육 받은 학교 극히 적어

정부·교육감 이념 갈등으로 수업 내용 합의조차 못해
통일교육 MOU 체결 무산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실시하는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에 참여한 남녀 학생 30명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북한의 실상과 통일의 당위성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주사위를 던지며 ‘통일’ 골인점을 향해 전진하면서 뽑은 카드로 북한과 통일에 대한 문답이 이어졌다. 통일교육원이 파견한 탈북자 출신 강사 등이 학생들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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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소년들의 학교인 경기도 안성 한겨레중·고등학교 전교생 160여 명이 지난해 12월 28일 교내에 모여 한반도 지도를 만들었다. 손에는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적은 하늘색 도화지를 들었다. 많은 학생은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박종근 기자]


 수업 전후 학생들의 통일 인식이 바뀌었다. 수업 전 “통일에 찬성한다”는 학생은 12명에 불과했지만 수업 후엔 24명이 손을 들었다. 45분 수업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허찬군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남북으로 흩어진 이산가족을 위해서도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통일교육원이 지원하는 이 수업을 받은 초·중·고는 전체 1만1400여 학교의 10분 1도 안 되는 1048개교다. 오윤정(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석사과정) 강사는 “2시간 교육 중 절반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화상 강의, 나머지는 게임식의 학급 교육”이라며 “화상 강의보다 게임식 교육을 확대해야 하는데 제대로 통일교육을 받는 학생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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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입시에 밀린 통일 교육=지난해 12월 말 통일부와 교육부는 ‘2015년 학교 통일 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일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초·중·고생 중 20.4%가 “없다”고 답했다. 사회·도덕·한국사 등 정규 교과에 통일 관련 단원이 있는데 아예 받지 않았다는 학생이 전체의 5분의 1을 넘었다.

 통일교육원 신재표 학교통일교육과장은 “통일 교육이 입시와 무관하기 때문에 교과서에 있는 통일 단원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모 고교 사회담당 교사는 “수능시험에 통일 관련 문제가 1~2개만 출제되기 때문에 많은 수업시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도 “중3의 경우 진도 나가기도 바빠 사회나 역사 과목의 통일 관련 단원은 그냥 지나친다”고 했다.

 통일 교육 외면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심해진다. 올 한 해 동안 교과외 수업인 창의적 체험활동(창체) 시간에 ‘찾아가는 학교 통일 교육’을 실시한 초·중·고 1048개 중 초등학교가 절반을 넘는 553개교다. 중학교는 345개, 고등학교는 150개에 불과하다. 경기도 모 중학교 교사는 “통일은 안전·시민·성 교육 등 39개에 달하는 범교과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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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갈등=2014년 5월 통일부와 교육부는 학교 통일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통일 교육 방안 마련은 벽에 부닥쳤다. 교육부와 일선 시·도 교육청의 갈등 때문이다. 통일부와 교육부는 지난해 17개 시·도 교육청 담당자와 직접 만나 효율적인 통일 교육 방안을 협의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정부와 교육청 간의 MOU 체결은 무산됐다.

 정부 당국자는 “중앙부처와 일선 교육청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시·도 교육감들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출직 시·도 교육감 17명 중 13명은 진보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통일 교육에는 공감하지만 교육부의 통일 교육 지침에는 “자치권에 대한 간섭”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과 접촉한 정부 관계자는 “교육 내용을 무엇으로 채우냐는 각론에 들어가면 현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대립각을 세운다”고 토로했다.

 안보 교육과 통일 교육 간 불균형도 큰 문제다. 일선 학교에 파견돼 5년째 통일 교육 수업을 하고 있는 탈북자 출신 강사 이보연씨는 “통일부와 보훈처 등 부처에 따라 이들이 지원하는 통일 교육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북한을 통일의 관점에서 인식하는 반면 보훈처는 안보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영종 통일전문기자, 최익재·정용수·전수진·유지혜·현일훈·안효성·서재준 기자, 왕웨이 인턴기자, 통일문화연구소 고수석 연구위원, 정영교 연구원, 영상=조문규·김성룡·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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