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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일베’가 되어가는 ‘메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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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소라넷’. 젊은 남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국내 최대 성인 사이트다. 최근 회원수 100만이라는 소라넷이 남녀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주말 한 방송이 여성의 신상이 노출된 몰카 동영상 등의 불법성을 집중 추적하면서다. 경찰도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그런데 불똥은 정반대로 튀었다. 소라넷 운영진이 방송에서 ‘메갈리아’라는 사이트가 주축이 된 ‘소라넷 고발 프로젝트’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메갈리아가 문제 삼은 게시물과 관련해 신고가 들어온 게 없고, 메갈리아가 해당 게시물이 올라올 걸 예상한 점도 이상하다는 논리다. 방송 이후 인터넷은 소라넷뿐 아니라 메갈리아에 대한 ‘악플’로 도배됐다.

 지난여름 우리 사회를 뒤흔든 ‘메르스’와 여성학 입문서로 꼽히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진 게 메갈리아(이용자는 메갈리안)다. 그 당시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여성이 격리를 거부하고 홍콩을 여행했다는 뉴스에 일부 남성들이 ‘여자들은 개념이 없다’고 비난하자 여성 누리꾼이 이를 되갚겠다며 별도의 커뮤니티를 꾸렸다. 메갈리아는 그렇게 태어났다.

 책 속 가상의 나라 ‘이갈리아’는 현실 남녀의 성 역할을 완전히 뒤바꾼 세상이다. 메갈리안은 남성의 언행을 거울처럼 따라하는 ‘미러링’을 통해 ‘여혐혐’(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을 내세운다. ‘김치녀’ ‘된장녀‘를 ‘씹치남’ ‘된장남’으로 바꿔 말하고, 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한 ‘한남충’이란 용어도 쓴다. ‘일베’ 사이트로 대표되는 남성 우월주의를 갈아엎자는 의도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극단적 남성 비하에는 그들이 욕하는 일베가 거울처럼 비춰진다. 메갈리아에 가끔 들어가 본다는 한 친구는 “나도 여자지만 ‘한국 남성의 성기는 외국 남성에 비해 보잘것없다’는 식의 글을 읽으면 통쾌함보다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때는 “한국 남자가 대신 죽었어야 했다”는 글이 논란을 일으켰다. 남성 동성애자를 ‘에이즈충’이라고 표현한 글도 있다.

 악은 악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는 걸까. 혐오에 기반을 둔 페미니즘은 대중의 마음까지 멀어지게 한다. 요즘은 쓰레기 같은 글에 건전한 비판 댓글을 달아도 ‘너 메갈리안이냐’며 비꼬는 반응이 이어진다. ‘일밍아웃’(스스로 일베 회원이라고 밝힘)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고 결국 소방공무원 임용까지 포기한 남성 같은 경우가 메갈리안 중에도 나올지 모른다.

 메갈리아가 또 다른 일베가 된다 한들 여성 혐오자들이 반성문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다. 메갈리안은 자신들이 모티브로 삼은 『이갈리아의 딸들』을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상상력과 위트가 넘치는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고작 혐오만은 아니지 않을까.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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