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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해 넘긴 누리과정, 치킨게임 피해자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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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사회부문 기자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30일 2016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처리하려 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양측이 31일 이틀째 대치를 이어가면서 전국 누리과정 대상 아동의 27%가 모여 있는 경기도의 예산 편성은 세밑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 여기에 지방의회까지 가세한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결국 해를 넘겼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7곳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이 중 서울·광주·경기·전남 등 4개 지방의회는 유치원 예산까지 전액 삭감했다. 오는 25일 지원금이 유치원에 지급되기 전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보육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육대란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해에도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싸우다가 국고 5064억원 추가 지원과 지방채 발행 등 임시 처방으로 누리과정을 시행했다. 이후 교육감들은 “대통령 공약이니 정부가 책임지라”며 “앞으로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시·도 교육감협의회는 이런 내용의 성명을 지난해 초부터 다섯 차례나 냈다.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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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그런데도 교육부는 낙관적이기만 했다. 교육부의 한 관료는 “지난해에도 편성했는데 올해라고 안 할 수 있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교육감이 끝까지 예산을 못 쓴다면 어쩔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설득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나왔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은 결국 2016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야당이 다수당인 지방의회에서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 예산까지 깎아버리자 교육부는 그제야 엄정 대응에 나섰다. “교육청 예산을 깎겠다”거나 “교육감을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거부한 7개 시·도 교육청에 대한 예산 점검도 시작했다.

 누리과정 갈등은 종종 ‘치킨게임’에 비유된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게임이다. 차를 몰고 서로에게 돌진하다 먼저 핸들을 꺾으며 피하는 사람이 패배하고 ‘치킨’(겁쟁이를 뜻하는 속어)으로 취급받게 된다. 끝까지 돌진한다면 누구도 패하진 않지만 둘 다 크게 다치게 된다.

 문제는 누리과정 갈등이 치킨게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정면 돌진에 따른 피해가 정부나 교육감이 아니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왜 두 경쟁자의 기세싸움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만 피해를 봐야 하는가. 더 늦기 전에 둘 다 핸들을 꺾고 충돌을 피해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학부모들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남윤서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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