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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워치]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한·중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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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원장

최근의 한·중 관계 발전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외교 성과로 거론된다. 어느 때보다 빈번했던 정상회담과 분야별 논의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 70주년 열병식 참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9월 2일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박 대통령은 양국의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 가능성을 밝혔다. 온 국민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협력한다니 누가 이를 반대하겠는가.
 

중국, 통일보다 평화·자주 중시
전략적 의도 잘못 읽어선 안 돼
남북 신뢰 없으면 평화에 기여할까
한·미 동맹의 부정적 인식 없애야


다만 필자는 중국과의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를 반기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통일에 대한 간절함 때문에 중국의 전략적 의도를 잘못 읽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교 이후 중국은 ‘자주적인 평화통일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해 왔다. 때로는 상투적으로 느낄 정도로 같은 표현을 반복한다. 그 이유는 중국의 실제 의도가 통일보다는 평화와 자주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와 자주는 통일의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우리가 조급하게 통일에 방점을 두고 논의를 시작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지금 중국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은 한반도 통일이 아니라 평화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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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협력을 구하려면 우선 다음의 두 질문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의 구체적인 모습과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은 왜 최고 지도자에서 하급 관리까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는가. 그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나. 단적으로 중국이 바라는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거나 최소한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태를 말한다. 개혁·개방 초기 중국 외교의 핵심 과제는 주변 정세의 평화적 유지였다. 특히 전쟁의 아픈 기억이 생생한 한반도의 평화는 지대한 관심사였다. 당시 중국의 원로 학자 타오빙웨이(陶炳蔚)는 ‘한반도의 무력 충돌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님’을 역설했다. 한반도의 전쟁이 한반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중국 지도부의 역사적 경험과 전략적 판단을 대변한 것이다. 이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중국이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원초적 이유다.

한편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평화의 이상적인 형태는 남북한의 세력 균형에 기반한 평화적 공존·공영이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각종 지원과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외부 요인의 견제가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이롭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의 이러한 판단이 우리에겐 전략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 행동이자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특히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의 모호한 행태는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 이기적이지 않은 행위자가 있을까. 사심 없는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가 존재하는가. 더욱이 중국은 엄청난 피와 목숨을 지불한 한반도에서 적어도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관한 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키지 않아도 중국의 속내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중 협력은 다음의 세 방향에서 추진돼야 한다. 첫째, 남북한의 공존·공영 노력과 병행돼야 한다.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상존하고 상생의 공감대가 결여된 상태에서 중국과 한반도 평화를 도모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남북한이 상호 신뢰와 교류협력을 선행하지 않는 한 중국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의지가 없다. 둘째, 한·미 동맹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시켜야 한다. 중국은 한·미 동맹 그 자체보다 동맹의 강도와 범위,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한국의 의존적 안보 인식 등을 더 문제삼는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전시작전권 이양을 사실상 무기 연기한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심지어 한국의 자주국방 의지를 의심한다. 물론 이는 중국의 일방적 판단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협력을 원한다면 이를 무조건 오만과 무례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셋째, 한반도 통일 과정과 목표, 통일한국의 미래상을 보다 평화적·자주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평화·자주의 조건을 부가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제어하려고 한다. 표현은 통일의 지지이나 실제 내용은 통일의 억제에 무게를 둔다. 이는 한국 주도의 통일 과정이 평화와 자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 다른 국가가 모방하기 힘든 그들만의 노회한 전략·전술도 구사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한·중 협력은 상호 인식과 원칙의 ‘화해(和諧)’에서 시작돼야 한다. 다행히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최고 수준의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를 동북아의 유용한 공공재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단, 좀 더 긴 안목으로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민족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끝은 통일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는 믿음으로….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원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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