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노트북을 열며] 극과 극은 통해야 제맛이다

기사 이미지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제야의 종이 울리는 순간, 잠시나마 시간 여행을 한다. 똑같은 1초, 1분인데도 순식간에 1년을 이동한 듯한 신비감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는 불과 몇 시간 전을 ‘1년 전’으로 부르는 말장난도 가능하다. 지난해 마지막 날 새해 첫날자 칼럼을 쓰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다. 똑같은 하루 전 마감인데, 1년 뒤 미래로 글을 보내는 것 같다. 조금 과장하면 4차원 공간에서 글을 쓰는 기분이랄까.

끝과 시작이 만나고, 극과 극이 통하는 순간엔 이렇게 묘한 매력이 있다. 영어식 표현들은 더 함축적이어서 좋다. “익스트림스 미트(Extremes meet=극과 극은 통한다).” 이 서양 속담 속에서 두 개의 극(Extreme)은 복수가 되면서 하나로 합쳐진다. 서로 정반대인 줄 알았다가 실제로는 비슷하거나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소름 돋는 느낌이 잘 담겼다. 비슷한 속담 ‘동쪽 아주 멀리는 서쪽이다(Too far east is west)’도 관점만 달리하면 양극단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미국에서 폭발적인 흥행 몰이를 한 영화 ‘스타워즈’도 에피소드마다 시작과 끝, 극과 극의 긴장감을 절묘하게 이어 붙였다. 선과 악을 대변하는 주인공이 색깔이 다른 광선검으로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안에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있다. 악의 화신 다스베이더가 선의 대변자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는 명대사를 남기거나, 아들이 아버지를 광선검으로 찌르는 비극이 벌어지는 식이다. 선악 대결의 승패보다도 극과 극이 만나서 전쟁의 본질을 확인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관객들은 투박하긴 해도 운명적인 스토리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장엄한 우주전쟁도 결국 그 순간을 위한 서사였던 셈이다.

‘시작과 끝’, ‘극과 극’을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은 새해에도 갑갑한 우리 정치권의 현실 때문이다. 몇 시간 전 지난해까지, 여야는 극과 극으로 대치했다. 모두 이기려고 하지만 상대방은 질 기미가 없다. 공격 논리가 강해질수록 방어 논리는 튼튼해지고, 비판을 위한 비판은 진화한다. 당명을 바꾼 야당을 향해 “민생 경제와 ‘더불어’ 가는 모습을 보여달라”(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고 일침을 놓는가 하면, 국회 선진화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정부 여당에는 “민주주의가 날이 갈수록 후퇴한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고 비난하는 식이다. 민생 경제를 살리고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같은 말을 하면서도 상대방이 하면 듣지 않는다. 손목을 잡기보다는 발목을 잡으려 한다. 이런 행태는 4월 13일 총선거 때까지 계속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치권은 기억해야 한다. 발목을 잡은 승자에게 국민은 마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을 얻으려면 바로 지금 극과 극이 통해야 한다는 것을.

김승현 JTBC 정치부 차장대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