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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606> 서울 강남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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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한국인에게 서울 강남은 ‘동경(憧憬)의 땅’입니다. 강남은 교육·문화·경제 분야에서 ‘대한민국 1번지’로 불립니다. 누구나 살고 싶지만 아무나 살 수 없는 곳이죠. 하지만 강남에도 그늘은 있습니다. 부(富)가 몰리는 탓에 각종 범죄도 많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서만 3만7540건의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노원구(1만3522건)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강남을 노리는 범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부 몰리는 곳, 범죄도 함께 … ‘대한민국 1번지’의 그늘

유흥주점만 276개 … 다른 구의 3배
지난해 각종 범죄 3만7540건 발생
필로폰서 프로포폴·졸피뎀까지
‘모든 마약, 강남 클럽으로’ 말 생겨


마약·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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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용광로’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에는 유흥주점과 성형외과가 몰려 있다. 강남구의 유흥주점은 지난해 말 기준 276개로, 서울시 자치구 평균인 90.8개의 3배에 달한다. [중앙DB]


 서울의 홍대·경리단길·상수동 등 곳곳에 ‘핫플레이스’가 생겨나고 있지만, 강남은 여전히 서울을 대표하는 유흥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강남의 유흥업소 숫자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았다. 단란주점이 328개, 유흥주점 276개다. 유흥주점 수는 서울시내 자치구 평균인 90.8개의 3배나 된다. 이러한 유흥가에서 많이 발생하는 범죄가 폭력·마약·성매매 등이다. 특히 마약 범죄 중 향정신성의약품 관련 범죄는 지난해 강남구에서 182건이 적발됐다. 2위인 영등포구(75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마약 판매·투약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강남에 밀집한 클럽 일대다. ‘모든 마약은 강남 클럽으로 흘러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 6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대마 46그루를 재배한 혐의로 이모(39)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이씨에게서 대마를 구입한 이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파인 20~30대였는데 이들이 마약을 거래하고 투약한 곳도 대체로 강남의 유명 클럽이었다.

 강남 일대 유흥업소 직원들도 마약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 최근엔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병원에서 투약하거나, 수면 유도제인 졸피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구입해 투약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30일 구속된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원장 황모(56)씨는 유흥업소 여종업원 박모(35)씨 등에게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프로포폴을 132차례 불법으로 투여해 준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황씨는 한 번에 약 30만원을 받고 프로포폴 20㎖를 주사했다. 한 사람에게 하루에 4∼5차례 투여해 주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병원은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프로포폴을 쉽게 맞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재벌·연예인이 많이 사는 것도 강남에 마약 범죄가 많은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지난해 11월 퀵서비스를 통해 필로폰 0.8g을 전달받아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김성민(42)씨와 심부름센터를 통해 졸피뎀 20여 정을 구입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방송인 에이미(33·본명 이에이미) 모두 필로폰과 졸피뎀을 건네받은 장소가 강남이었다.

 성매매처벌법 위반 범죄도 강남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강남에서 발생한 성매매 범죄는 387건으로, 두번째로 많은 종로구(121건)의 3배를 넘는다. 강남구 도곡동·대치동·개포동 일대를 담당하는 수서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강남에는 다양한 유형의 성매매 업소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후죽순처럼 새로 등장하는 업소들 때문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가늠하기가 어렵고 뿌리 뽑기도 어려운 상태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횡령·배임, 의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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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는 서울시 428개 중 320개가 강남구 한곳에 밀집해 있다. [중앙DB]

 강남에 다른 지역보다 많은 두 가지를 꼽는다면 다양한 기업과 즐비한 성형외과다. 2013년 기준으로 서울시내 300인 이상 사업체는 1209개다. 그 중 16%(194개)가 강남구에 있다. 성형외과는 2014년 초 기준으로 서울시에 428개가 있는데 그 중 74.8%인 320개가 강남구에 몰려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강남에 횡령·배임 등 기업형 범죄와 의료법 위반 범죄가 확연히 많은 이유다. 형법상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관리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강남구에선 1155건의 횡령과 290건의 배임 범죄가 일어났다. 두 가지 모두 서울시내 자치구 중 가장 건수가 많았다. 또 횡령 범죄가 1000건을 넘은 곳은 강남이 유일했다.

 성형외과 관련 사건도 유독 강남에 많다. 한국이 ‘성형공화국’이라면 강남은 ‘성형 특별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성형외과가 많아서다. 특히 최근엔 성형수술을 위해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브로커 사기 등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2013년 강남구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4만 5535명으로 전년대비 1만 747명이 늘었다. 서울시 전체 성형외과 환자의 34.1%를 차지했다. 자연스레 관련 사건도 함께 늘고있다.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0일 의료법 위반과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강남구 논현동의 J성형외과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12일에는 검찰이 ‘유령수술’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구 신사동의 G성형외과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두 사건 모두 강남 대형 성형외과의 비위와 관련된 전형적인 ‘강남 범죄’다.

 성형외과 관련 사건은 진료·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거 수집이 어렵다. 또 법 적용을 위해선 의학 지식을 비롯한 많은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그만큼 의사들이 빠져나갈 구멍도 많다는 얘기로 강남에서 성형외과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기·유사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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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법상 사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얻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범죄를 말한다. 재물이 몰리는 강남에선 사기 범죄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실제 대검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사기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 강남구였다. 모두 7936건이 발생했다. 이는 서울의 나머지 24개 구 평균 발생 건수(2038건)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자치구별 범죄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4년부터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강남에서 사기 사건이 빈번한 것은 강남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화려함과 넘치는 부(富)를 상징하는 지역적 특성상 사기꾼이 몰려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강남에서 벌어지는 사기 사건은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피해자가 수천에서 수만 명에 달하고, 피해 금액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법 다단계 사기는 강남에 본사를 두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에 사무실을 둬야 피해자들이 더 잘 속아넘어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난달 19일에도 강남구 대치동에 사무실을 차린 뒤 “재택근무로 4개월만에 40만원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며 2300여 명을 속여 사원등록비 명목으로 401억원을 받아 챙긴 업체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피해금액 2조원대의 초대형 다단계 사기로 2006년 구속된 주수도(59) 제이유그룹 회장도 강남구 신사동에 본사를 두고 사기 행각을 벌였다. 제이유그룹 사건의 한 피해자는 “본사가 강남에 있다는 말에 재정이 탄탄한 기업인 줄 믿고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강남에선 부동산·명품 관련 사기 사건도 자주 발생한다. 재산 수준이 상위 1%에 속하는 재력가들이 주로 피해자가 되는 게 특징이다. 지난 7월 경찰에 붙잡힌 오모(48)씨는 강남에 기획부동산 업체를 차리고, 경기도 이천시 등지의 땅을 개발 예정지라고 속여 판매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11명에게서 약 7억원을 받아 챙겼다. 강남의 부유층을 노린 전형적인 강남 사기다.

 
‘강남 범죄’에 맞춰 변화하는 경찰

 사기와 횡령·배임 등은 모두 재산범죄에 속한다. 일선 경찰서의 수사과에서 주로 담당하는 범죄다. 성형외과 범죄 역시 수사과에 배당된다. 강남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관할하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올해 기존 수사과 체제를 확바꿨다. 경제범죄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과로 분리하고 추가로 인력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급증하는 범죄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변신이었다.

 경제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 인력도 지난해보다 17명이 더 늘어난 70여 명으로 불어났다. 그 덕분에 수사관 개인별 사건 보유 건수는 지난해 38.9건에서 34.9건으로 줄었다. 그만큼 사건 하나 하나에 집중할 여력이 더 생긴 셈이다. ‘네다바이’(상대방의 실수를 의도적으로 유발해 물건이나 현금을 가로채는 범죄) 사건의 현장 검거 건수는 지난해 5건에서 올해 22건으로 증가했고, 구속영장 발부율도 13%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반면 민원인들이 수사관 교체를 요청한 경우는 66건에서 54건으로 줄어들었다.

 강남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선 1년에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는 대형 경제범죄가 강남에서는 한해 수십건씩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범죄에 맞서기 위해 경찰도 수사력을 극대화하고 있고, 강남 범죄에 맞는 수사기법을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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