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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12월 11일 34면>
저출산 대책 일부 진전 … 과감성 부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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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계획(2016~2020년)이 확정됐다. 앞으로 5년 동안 200여 개 대책에 약 200조원을 들여 출산율을 1.5명(지난해 1.21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1, 2차 계획보다 40~50개 가짓수를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하고 아이 양육 지원에서 혼인 장려로 방향을 튼 것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10월 중순에 공개된 3차 계획 시안에서 보지 못했던 손에 잡히는 대책이 눈에 띄어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시안에서는 혼인을 촉진하기 위한 주거 대책으로 신혼부부 전세자금 2000만원 상향 조정을 제시했다가 조롱 섞인 비난을 샀다. 이번에는 신혼부부 전용 투룸형 행복주택 5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서울 오류동, 하남·성남·과천 등지에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번에 그동안 저출산 대책은 ‘확대·상향·완화’ 등의 단어투성이였다. 기존 대책 확대판에 불과했다. 이번에 나온 신혼부부 특화단지는 발상의 전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수도권 4곳의 특화 지역에 공급되는 신혼부부 전용 주택이 4800가구에 불과해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국가가 결혼을 적극 지원한다는 시그널을 주는 효과는 낼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대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초 육아휴직자가 생기는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으나 2017년부터 40만원으로 올리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중소기업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긴 것도 잘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번 대책은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다. 신혼부부 특화단지 같은 창의적 발상이 다른 분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2020년부터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가 노인이 된다. 그때까지 5년은 인구 보너스 기간이다. 5년간 200조원을 쓴다고 해도 무상보육·기초연금·반값등록금 등 덩치 큰 대책을 빼면 새로 쓰는 게 34조원에 불과하다. 매년 6.5% 정도 늘어날 뿐이다. 37만 개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이번에도 노동개혁과 연결했다. 446만 명에 이르는 경력 단절 여성의 국민연금 보험료 추후 납부를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개정안이 국회에서 행방불명돼 버린 상태여서 공허하게 들린다. 국회를 설득하고 국민 여론을 움직이려는 노력이 먼저다. 레토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10월 당정협의 때 새누리당이 학제 개편과 부모보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이런 파격적인 대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놔야 한다. 20, 30대 젊은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아쉽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회의를 주재하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도록 지시했다. 매번 비슷한 사람이 모여 대책을 만드는 방식에서 탈피해 저출산을 극복한 선진국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도 방안이다.


한겨레 <2015년 12월 11일 31면>
‘보육대란’ 속에 내놓은 허망한 저출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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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10일 위원장인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확정했다. 2005년 위원회 출범 이후 대통령이 기본계획 심의를 직접 주재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장 피부로 체감하는 정부 정책에서 저출산 극복 의지가 보이지 않는데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묻고 싶다.

 박 대통령은 5살 이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보육 문제는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가 현실적으로 부닥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핵심 과제의 하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집권 이후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또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1995년 전체의 11.3%에서 올해 5.7%로 떨어졌고 유치원도 공립에 들어가는 건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새 도시의 공립 유치원 설립을 오히려 축소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학부모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이처럼 사방에서 ‘아이 기르기 힘들다’는 한숨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출산율이 높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겠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그동안 내걸었던 ‘국가책임보육’에서 ‘일자리·주거 등 만혼·비혼 대책’으로 초점을 옮기겠다고 한다. 물론 후자도 중요하지만, 보육의 국가 책임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 누리과정을 둘러싼 당장의 혼란부터 정부가 정리하는 등 국가가 보육을 진심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게 저출산 대책의 기본이다.

 장기적인 만혼·비혼 대책에서도 정작 중요한 점이 강조되지 않고 있다. 그저 일자리 개수만 늘린다고 청년들이 일찍 결혼해 출산까지 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매우 단선적인 생각이다. 불안한 비정규직 일자리는 아무리 늘려봐야 소용없다. 또한 취업이 늦어지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의 격차다. 1차 시장 진입에 매달리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어떻게 하면 그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가 핵심인데, 이번 기본계획은 물론 정부의 전반적인 노동정책 기조에서도 그 해답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리 vs 논리] 과감한 대책 마련해야 vs 양질의 일자리 늘려라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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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3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12월 10일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열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 13만5000가구와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6만 가구가 앞으로 5년 동안 신혼부부에게 공급된다. 아울러 신혼부부 전세임대 소득 기준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에서 70% 이하로 완화되고, 대출 한도도 1억원에서 2000만원 더 늘어난다. 또한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난임 휴가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임신과 출산에 드는 비용은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 5년 뒤부터는 출산에 따르는 비용을 ‘제로’에 이르게 한다는 계획이다. 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이나 공공형, 직장어린이집 이용 비율은 현재 28%에서 10년 뒤 45%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 임금피크제와 근로시간 단축, 고용관계 개선 등 노동개혁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37만 개의 청년 일자리를 새로 만들 방침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저출산대책으로 노동개혁을 꼽은 것에 대해 “진단도 대책도 모두 틀렸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저출산의 원인은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평생 비정규직, 쉬운 해고, 나쁜 일자리로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정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보육과 관련해 국가완전책임제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보는 중앙과 한겨레의 입장은 분명하게 엇갈린다.

 중앙은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양육 지원에서 혼인 장려로 방향을 튼 것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는 구절에 호의적인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조적으로 한겨레의 사설 제목은 “‘보육대란’ 속에 내놓은 허망한 저출산 대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세 이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누리과정 무상보육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집권 이후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겼다. 한겨레가 문제 삼는 곳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한겨레는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 무상보육이 언급되지 않은 대책을 곱게 평가하지 않는다.

 정부의 계획안을 중앙은 매우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신혼부부 전용 주택 공급, 최초 육아휴직자가 생기는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금액을 2017년부터 40만원으로 올리게 한 점,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중소기업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긴 것 등을 세부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에 주목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보육 문제는 반드시 돌파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따라서 ‘일자리·주거 등 만혼(晩婚)·비혼(非婚) 대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대선 때 공약이었던 누리과정의 무상 보육을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못 박는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양육 지원에서 혼인 장려로 방향을 튼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듯 같은 논리선상에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지난 10월 새누리당 당정협의 때 논의된 바 있는 ‘학제 개편과 부모보험 도입’의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학제개편은 공교육 시작 연령을 만 5세로 앞당겨 청년층의 사회 진출 연령을 낮추고 만혼(晩婚)을 줄이자는 방안이다. 스웨덴 정부는 신청자에게 최장 26주간 임금의 90%를 보장해 주는 부모보험제를 실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당정협의회에서 언급된 바 있는 부모보험이 이번 대책에 언급되지 않은 점을 들어 중앙은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방안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중앙은 출산·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추후 납부하면 연금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대책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문제부터 해결하라고도 주문한다. 중앙의 논조는 실용적이고 매우 디테일하다.

 이에 비해 한겨레의 논조는 원칙적이다. 한겨레가 강조하는 원칙은 ‘민생(民生)’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저출산 대책으로 노동개혁을 꼽으며 3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약속했지만 한겨레는 일자리의 ‘양’보다 일자리의 ‘질’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임금수준을 높여 줘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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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한겨레는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는 중요한 원인으로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들고 있다. 만약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임금 격차를 줄이면 굳이 청년들이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때문에 만혼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다음 주 논점   무디스 한국 신용등급 상향

12월 29일자에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대한 중앙일보·한겨레의 사설과 안광복(철학박사) 중동고 철학 교사의 비교·분석 글이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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