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삶의 향기] 오페라를 위한 변명

기사 이미지

이건용
작곡가·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이따금 오페라가 힘들다는 사람을 만난다. 얘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네 가지 정도 된다.

 오페라는 외국어로 하기 때문에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다. 20년쯤 전에 이런 불평을 했다면 그것은 맞다. 당시에는 오페라의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부족했다. 번역을 해서 한국어로 부르든가 아니면 프로그램에 가사를 번역해 실어주었다. 한국어로 부를 경우 아무리 잘 번역해도 원래 뜻의 절반 정도밖에 담을 수 없고, 그나마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또 가사가 프로그램에 있다고 하지만 객석에 불이 꺼지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채 답답하게 오페라를 봐야 했다. 그러나 컴퓨터를 통해 자막을 영상으로 띄워주면서부터 이런 불편은 없어졌다. 지금은 외국 영화를 보듯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 오페라 가사 내용의 정확한 전달은 이제 필수이며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오페라는 말을 노래로 하기 때문에 어색하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일상생활에서 말을 노래로 하는 사람은 없다. 오페라에서는 “배가 고프다”는 말도, “너를 미워한다”는 말도 노래로 한다. 그것이 이상하다면 시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일상생활에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이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같은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이 말들을 우리는 시적으로 읊는다. 시적으로 읊음으로써 말보다 더 깊은 뜻을 나타낸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노래를 함으로써 말보다 더 짙게 감정을 표현한다.

 오페라는 고답적이어서 싫다는 말도 듣는다.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오페라 역사의 초창기에는 종종 신화나 성경에서 그 소재를 가져왔고 또 귀족이 등장인물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이후 그 내용이 대폭 달라졌다. 고답적이기는커녕 요즘의 막장드라마나 개그콘서트를 닮은 경우도 많다. 비극에서는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복수, 운명적인 만남, 가난한 연인들 등이 단골 소재고 희극에서는 심술궂은 부자, 엉터리 약장수, 가짜 변호사, 영악한 하녀, 위선적인 주인 등이 등장해 사랑하고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웃긴다.

 오페라는 너무 비싸다는 말도 있다. 영화는 1만원 정도면 한 편을 볼 수 있다. 야구나 축구 같은 운동경기의 좋은 좌석도 10만원을 넘지 않는 것 같다. 연극도 가격은 싸지 않지만 10만원을 넘기는 좌석은 드물다. 그에 비하면 1만원부터 20만원 정도 하는 오페라와 오페라에 그 뿌리를 둔 뮤지컬은 비싼 편이다.

 오페라가 다른 장르보다 비싼 이유가 있다. 오페라는 유난히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합창단을 포함하면 무대 위에 올라오는 인원만 50명을 쉽게 넘어간다. 모두 악보를 보지 않고 노래하고 연기한다. 그 말은 그만큼 오랫동안 연습해야 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제작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는 또 평균 50명가량의 음악가가 연주를 한다. 악보를 보고 연주하므로 연습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10회 정도의 연습을 해야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있다.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도 100명 정도의 전문 인력이 한 번 공연에 동원되는 셈이다. 위에 언급한 티켓 가격으로는 그날의 입장료가 그날의 출연료를 감당할 수 없다. 경험에 의하면 출연료의 절반 정도를 입장료가 감당할 수 있으면 매우 좋은 성적이다. 오페라는 공연하면 할수록 손실이 생긴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오페라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요즘처럼 경제적 손익을 분명하게 따지는 시대에 손실을 숙명적으로 안고 있는 오페라를 왜 하느냐? 왜 국가가 극장을 짓고 오페라단을 유지하느냐?”

 오페라가 우리에게 돈이나 밥이나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라에 오페라가 없다면, 그래서 <마술피리>나 <라보엠>을 보러 외국에 가야 한다면 그 나라가 잘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도시에 공원이 없어도 살 수는 있고 공원 안에 호수나 분수가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그런 것 없이 산다면 나라를 발전시키고 국력을 키우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페라는 잘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목적이다.

이건용 작곡가·서울시오페라단 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