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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대기오염이 중국에 이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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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존슨
NYT 칼럼니스트

필자는 베이징에서 사찰들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는 무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회원의 절반은 아이들이다. 이들은 매일 오후 공원에서 만나 덩치 큰 사범 자오와 함께 무술을 연마한다. 37세로 버스 운전수를 겸직하는 자오의 좌우명은 “인생은 일장춘몽, 늘 미소를 잃지 말자”다.
 
 

최악의 대기오염에 신음해온 중국
기후변화 회의 뒤 적극 해결 모색
중국인의 환경 의식 변화도 한몫
대기 재앙이 역설적으로 효과 내


 이런 자오의 얼굴에서 요즘 미소가 사라졌다. 아이들에게 해로운 스모그가 베이징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자오는 회원들에게 매일 이런 메시지를 보내느라 바쁘다. “오늘은 아무도 공원에 가지 마! 대기오염이 심하니 집에 있어! 공기가 좋아질 주말까지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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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의 이 무술단체는 지난 몇 년 동안 대기오염이 아무리 심해도 연습을 거른 날이 없었다. 베이징에서 ‘대기 대재앙(airpocalypse)’이 처음 발생한 때는 2013년이었다. 0~500까지인 대기오염지수를 기준으로 한 당시 오염도는 755에 달했다. 주중 미국 대사관은 “미쳤다고 할 정도로 베이징 대기가 나쁘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래도 자오는 무술 연습을 취소하지 않았다. 지난달까지도 그랬다. 지난달 30일 베이징의 대기오염지수는 611이었지만 자오의 단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연습에 전념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핑계를 대고 연습에 참가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나갔다가 공원에 도착하기 직전 벗은 적도 있다. 나 말고는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난 떠는 외국인 티를 낸 것 같아 겸연쩍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왜 이달 들어 자오는 이례적으로 연습을 중단했을까? 중국인들의 의식이 깨어났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생활은 여유로워졌을지 몰라도 환경은 죽어간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중국인이 늘어난 결과다.

 중국 정부는 정치범에 대한 인권 탄압을 미화하고 인권 운동가를 비밀리에 재판해왔다. 하지만 대기오염을 눈에 띄지 않게 조작할 수는 없었다. 외국인 탓이라고 책임을 떠넘길 수도 없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시늉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대응이다.

 과거 중국 정부의 태도와는 180도 달라질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몇 년 전 주중 미국 대사관이 대기오염도를 측정해 그 결과를 트위터에 올리자, 중국 신화통신은 “부정확한 조사 결과를 불법으로 퍼뜨린다”며 날을 세웠다. 지난달 말 중국에서 활동 중인 그린피스 요원이 “중국의 지방 정부들이 대기오염지수가 600에 달했는데도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고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내용은 많은 중국인에 의해 인터넷에서 공유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개입해 글을 삭제해버렸다.

"석탄 사용을 줄이고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그러니까 당신(서구)이 이를 원하면, 원하는 쪽에서 비용을 지불해라. 우리보다 당신에게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달 들어선 마침내 베이징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다. 이에 따라 정책도 변하기 시작했다. 2012년까지 베이징 정부는 중국 전역에 대기오염 관측소를 세웠다. 중국인 앱디자이너 2명이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는 ‘중국 대기질지수’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지금까지 개발된 오염 측정 앱 가운데 품질이 최고였다. 중국 411개 도시의 대기오염도를 정확히 측정하고 오염 물질의 정체를 머리가 아플 만큼 상세히 보여준다. 이 앱을 다운로드하는 중국인 숫자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중국에서 오염이 가장 심한 철강도시인 한단(邯鄲)에서 2주를 보낸 적이 있다. 석탄을 연료로 쓰는 철강공장들의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대기오염에 대한 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대단했다. 심지어 오염의 주범인 철강공장들이 규제 강화로 문을 닫게 되면 일자리를 잃게 될 근로자들조차 오염된 대기에 불평을 터뜨렸다.

 중국 공산당의 의식 변화도 두드러진다. 당은 최근 중국 공장들이 시늉으로 설치한 오염제어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한 파리 기후변화 회담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베이징도 대기오염의 피해자가 되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의 탄소가스 감축 논의에서 자신들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워졌다.

 중국이 기후변화 회담에서 몽니를 부려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베이징의 강력한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중국인들에게 흘러나가 여론이 악화될 게 분명하다.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에서 국민의 불만이 표출될 창구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베이징을 덮친 ‘대기 대재앙’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기오염을 막는 약이 될 것이다.

이언 존슨 NYT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8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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