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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금리 인상의 시간표부터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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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
뉴욕 특파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with me)”란 말은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모토였다. 리더들의 무거운 책임감을 상징한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이 말을 했다. 2014년 3월 Fed 의장으로서 첫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하고 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그가 마침내 역사적인 제로금리 시대의 마침표를 찍고 금리를 올렸다.

 예고된 금리 인상이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 것이 2013년 12월. 양적완화가 종료된 것은 이듬해인 2014년 10월이었다. 시장의 관심은 당연히 금리 인상에 쏠렸다. 옐런은 경기가 회복된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금리가 실제로 인상되기까지는 그로부터 1년2개월이 걸렸다. 세계 금융시장은 차분하게 금리 인상을 받아들였다. Fed와 시장 간의 끊임없는 소통의 결과였다. 금리 인상은 오랫동안 예고된 이벤트였고, 시장은 경기 지표를 읽어가며 금리 인상 시기를 가늠했다.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 폐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비상대책으로 채택된 지 7년 만이다.

 그 7년, 한국 경제는 빚이 늘었다. 2008년 말 가계 부채는 688조원이었다. 2012년 말 1000조원에 육박했다. 사방에서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가계부채는 이제 1200조원으로 불어났다. 한국 사회는 거대한 빚더미에 눌려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빚이 정말 무섭다는 사실이다. 궁지에 몰린 은행들은 가차없이 금리를 올렸다. “맑은 날엔 우산을 빌려주면서 정작 비가 오면 우산을 내놓으라는 곳이 은행”이란 말이 딱 맞았다. 그때 이를 악물고 빚을 줄인 것이 2000년대 초반 한국 경제가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런데 한국 경제가 또다시 ‘부채의 덫’에 걸려들었다. 지독한 ‘망각’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에 실패했다. 언론은 이번에도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가계부채 대책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춤을 췄다. 가계의 빚이 늘어난 것을 가계 탓으로 돌리는 건 비겁하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불길이 타오르는 데 휘발유 노릇을 했다.

 최근 뉴욕을 찾은 전직 경제부처 장관 A씨는 “금리, 못 올린다”고 장담했다. 1200조원의 가계부채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다. 현재의 금리는 역사상 최저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의 금리 인상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금리가 오르면 당장 서민과 중소기업이 고통을 받는다. 지금도 한계선상에 있는 그들은 금리 인상을 버틸 여력이 없다.

 한국은행은, 혹은 정부의 책임 있는 그 누구라도 금리 인상의 시간표부터 밝혀라. 제발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등의 공허한 얘기는 하지 말라. 최소한 국민들이 빚을 덜어낼 계획이라도 세울 시간을 줘야 한다.

이상렬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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