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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플랫폼 새옷 입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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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달 11일 하루에만 16조5000억원 어치 물건을 팔았다.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기간에 몰린 막대한 주문량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그 비결은 바로 알리바바의 ‘끊김 없는’ 유통 구조에 있었다.

무역협회, 미 혁신기업 전략 공개

스마트 온도 조절기 낸 네스트랩스
사용자 빅데이터 다른 업체와 공유

특허기술 공개 역발상 펼친 테슬라
안드로이드처럼 ‘표준’ 노리는 전략

아이디어·생산 토론장 만든 GE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업체 변신

 소비자들은 먼저 알리바바 산하의 ‘티몰’이나 ‘타오바오(淘寶)’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상품을 고른다. 계산은 ‘알리페이’라는 온라인 결제로 편리하게 이뤄진다. 이 물건은 15개 유통사 연합체인 ‘차이니아오’로 배송한다.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이 같은 업무의 이면엔 어디에서 어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실시간’으로 읽고 분석하는 ‘빅데이터’시스템이 존재한다. 알리바바의 거대한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11일 알리바바를 통해 이름도 없는 중국 중소업체가 180억원 어치 제품을 팔았다”며 “중국은 알리바바 같은 ‘플랫폼’을 키워 세계 시장과 기업들을 흡수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같은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각국의 제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플랫폼은 쉽게 말해 ‘정거장’으로 볼 수 있다. 도처의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게 강점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 같은 ‘운영 체제’도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이를 매개로 다양한 앱 개발자와 소비자들이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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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같은 ‘플랫폼 혁신’이 최근 정보기술(IT) 업계 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1일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으로 평가받는 기업들은 ‘플랫폼 전략’을 도입해 몸값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네스트 랩스도 그 중 하나다. 주력 상품인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회사 제품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온도나 외출여부·행동패턴 등을 분석해 최적화된 온도를 계산해 자동 실행한다. 이 때 쌓이는 방대한 자료를 다양한 업체들과 공유한다. 국내의 LG 같은 가전업체부터 구글 등 소프트웨어 업체와 ADT 같은 보안 서비스 업체 등 50여 곳에서 이 플랫폼에 참가할 정도다. 네스트 랩스는 이런 전략을 통해 연간 3억 달러(약 35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잠재력을 입증했다. 이에 주목한 구글은 지난해 1월에 32억 달러를 주고 네스트를 인수했다.

 산업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빼놓을 수 없다. 테슬라는 ‘영업 비밀’과 ‘특허 싸움’으로 점철된 자동차 업계에서 ‘핵심 특허 공유’라는 역발상의 카드를 꺼냈다. 전력 공급 시스템과 배터리 생산, 전력 충전 부문의 업계 최고 기술력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특히 해당 산업에서 핵심 진입 장벽인 ‘배터리 관리’ 기술도 널리 공유했다.

 왜 이런 일을 자청한 것일까. 바로 ‘후발 주자’들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테슬라 특허를 활용해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업체들은 향후 후속 사업에서도 테슬라 기술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미래무역연구실 김정덕 연구원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개한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 점유율 1위를 유지하듯 테슬라도 업계의 글로벌 표준 플랫폼으로 우뚝 서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계 허물기’는 제품·기술 우위에만 기대어 경쟁하던 시대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다양해졌고 ▶제품을 바꾸는 주기가 짧아졌으며 ▶기술 발전에 따라 거리가 멀었던 산업군의 융합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제품 차별화’로 골치를 앓던 회사들이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협력’을 플랫폼으로 응용해 성공한 기업도 있다. 130년 역사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혁신적인 상품 생산을 위해 회사 밖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GE엔 지난해 4월 설립한 ‘퍼스트 빌드’라는 비즈니스 플랫폼이 있다. 디자이너·엔지니어·일반 소비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아이디어 발굴부터 제품 생산까지 자유롭게 참여해 머리를 맞댄다. 대형 제조업체로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GE가 변신을 거듭해 ‘스마트 공장’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던 것도 이처럼 열린 시스템 덕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위기’의 화두 속에서 한국 업체들도 이 같은 ‘플랫폼’ 전략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사물인터넷(IoT) 시대 이후의 제조업은 더 이상 기술이나 제품에 한정해 시야를 가둬선 안 된다”며 “서비스 산업과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생각하고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특허 실적이 없으면 연구개발(R&D) 지원도 못 받는 제도부터 고쳐야 혁신 기업이 나온다”며 “작은 기업도 빅데이터를 무기로 빠르게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와야 한국의 제조업 혁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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