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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과일·채소 쌓아두고 값 조절…'돈주'들 돈방석에

북한에서 신흥부유층을 지칭하는 '돈주'들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장마당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거머쥔 이들이 유통망과 부동산까지 손을 뻗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이에 반해 노동당이나 당국의 통제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고, 재정면에서도 열악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게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이들의 전언이다. 정부는 돈이없어 재정난에 쩔쩔매는데 민간에서는 부를 축적하고 풍요로움을 느끼는 일부 자본주의 국가의 현상이 북한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내부 경제사정에 밝은 평양 거주 화교 리유쑨(李友順)씨는 “돈주의 일부는 평양이나 평안북도 평성 등지에 창고 건물을 만들고 주변에 주차장를 만들어 물품을 보관한다"며 "장마당의 동향을 파악한 뒤 상품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품을 생산해 돈을 버는 단계를 넘어 유통을 조절해 돈을 버는 수준까지 진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주들이 유통시장에서 활동 폭을 넓혀나가자 덩달아 ‘달리기꾼(도매장사꾼)’도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북한의 유통은 '국가 계획' 부문과 시장에 의한 것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 가운데 소비재는 이미 시장이 당국 차원의 계획을 앞질렀다. 북한 주민이 쓰는 생필품의 80%이상을 장마당에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영상점은 장마당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품종이 다양하지 않아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돈주들이 유통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건 휴대전화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장마당의 수요와 공급을 파악하고, 수량과 가격 뿐만 아니라 출고방법 등을 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돈주의 경우 2~3개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면서 장사를 해야할 정도로 바쁘다는 얘기다.

한 탈북자는 “북한에는 국제 특송서비스인 페덱스(Fedex)나 UPS는 없지만 기차 차장이 상인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정해진 기차역에서 물건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물품 운송트럭도 생겼다고 한다. 이 트럭은 ‘써비차(서비스차)’로 불렸던 개인 영업차량이다. 한 때는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줬는데 이제는 물품도 운송한다는 것이다.

돈주들의 번창하는 모습과 달리 당국의 사정은 빠듯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지난해 북한 대외무역동향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억8000만 달러의 무역적자(수출 31억6000만 달러, 수입 44억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에 비해 수출은 5300만 달러 감소했고 수입은 3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수출이 감소한 것은 석탄·철광석 등 지하자원의 수출이 17.1%나 줄었기 때문이다. 석탄 단가가 급락(2011년 t당 102달러→2014년 73달러)하고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수입규제(저질 무연탄 수입 금지 등)로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이 남한 측에 무연탄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정은이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평양국제비행장과 과학기술전당 등 대형 건축 프로젝트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면서 재정을 악화시켰다.

요즘 북한 공공기관이나 도서관에 가보면 고장난채 방치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컴퓨터가 많이 눈에 띈다고 한다. 2002년 정보기술(IT) 바람이 불면서 보급된 이후 10년 넘게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신흥부유층을 위시한 계층은 위락시설에서 즐기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이지만 정작 당국은 재정악화로 낙후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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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