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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음주운전 사고 은폐, 가족 특혜 채용…재외공관원 기강해이 천태만상

올해 3월까지 유럽 지역 A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한국문화원장을 지낸 국립대 교수 B씨는 자신의 딸과 배우자를 무단으로 문화원 행정직원으로 채용해 급여 명목으로 9만2800달러(1억900만원)를 지급했다.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한 이유는 ‘믿을 만한 직원이 없다’는 이유였다.

주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소속 외교관 C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지만 대사관 측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본국에 통보되지 않도록 처리하라’고 지시해 아무 징계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외교부는 감사원으로부터 해당 사실을 통보 받을 때까지 음주운전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감사원은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주러시아대사관 등 18개 공관과 외교부 본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딸과 부인, 행정직원 채용해 1억원 급여…대사에게 지적받은 후에도 출장비 계속 줘

국립대 교수 B씨는 2011년 3월~2015년 3월까지 A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한국문화원장을 지냈다. B씨는 2012년 8월 자신의 딸을 문화원 행정직원으로, 자신의 부인을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의 강사로 채용했다. 문화원과 세종학당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문화원에는 10~14명의 행정직원이, 세종학당에는 7명의 강사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채용공고 등의 기본적인 채용절차도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예규 등에 따르면 재외공무원의 동반가족은 공관장(대사)의 사전 승인을 얻은 후 취업하게 돼 있는데 이같은 절차도 무시했다.

이후 이같은 사실은 알게 된 대사관 측은 B교수에게 문화원에 가족을 부당하게 채용하지 말라는 지시와 경고를 했다. 하지만 B교수는 딸과 배우자가 행정직원과 강사를 그만둔 후에도 문화원 행사 관련 진행비 등을 명목으로 1만4000달러, 6867달러를 지급했다. B교수의 딸과 배우자가 이같은 방식으로 받은 인건비와 출장비 등으로 받은 금액은 3년 동안 6만5240달러, 2만7631달러로, 모두 합치면 9만2871달러였다.

B교수는 감사원에 ”관계 규정을 잘 몰라 이뤄진 일이며, 행사 관련 출장비 지급도 행사 지원을 위한 업무 편의였다“고 해명했다. 감사원 측은 B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대 측에 해당 교수를 징계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외교관 음주운전 했는데도 쉬쉬…“한국 외교부에 알리지 말라” 부탁도

주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참사관 C씨는 2013년 12월 골프장에서 대사관 직원 등과 단합대회를 한 후 술자리를 가졌다.  C씨는 술자리에서 보드카 10잔 정도를 마셨다고 한다. C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교통사고를 냈다.

처음 한대를 들이 받은 후에도 300m 정도를 그래도 운전해 다른 차량을 또 들이 받았다. 1차 사고의 피해 차량은 왼쪽 뒷 범퍼 쪽이 파손되었고, 범퍼와 차체가 뒷좌석까지 밀려들간 상태였다.

C씨는 대사관의 사건사고 담당 경찰영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사건담당 영사는 C씨 대신 사건을 수습했다. 당시 C씨는 현지 경찰이 피해사실에 대한 확인요청을 했지만 만취 상태로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다음날 C씨와 경찰영사가 대사관 측에 사건발생 경위를 보고하자 대사관 측은 “우리나라 외교부 본부나 대사관에 정식으로 통보되어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C씨는 우즈베키스탄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한국 외교부에 알리지 말라는 등의 부탁을 하고 피해자들과는 합의를 했다.

결국 C씨는 주재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한국 외교부는 해당 대사관으로부터 음주운전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해, 해당 사실을 감사원 감사 전까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주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은 감사원에 “사고 현장에서 음주측정을 하지 않아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감기약을 복용해 운전 감각이 저하된 것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음주운전으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외교부에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외교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주우즈베키스탄대사관 참사관 C에 대하여 적정한 조치를 하는 방안을 마련하시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지난주 해당 사실을 통보 받고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라며 "해당 직원은 체육행사할 때 몸이 아파서 귀가했다 약을 먹은 후 회식자리에 다시 나와, 술이 아닌 물을 마셨다고 진술하고 있다. 당시 음주측정 기록 등이 없는 만큼 철저히 조사를 해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C씨는 지금도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치료 목적으로 들어와 개인 업무…현지어 못하는 행정직원 채용해 이중업무

치료 목적으로 국내로 일시귀국을 한 후 치료는 받지 않고 개인 업무를 처리한 외교관들도 대거 적발됐다. 외교관들은 공무 외 목적으로 일시 귀국할 수 있는 기간은 연 1회 또는 20일 이내다. 치료를 목적으로 일시귀국할 경우 이를 일시귀국 횟수로 치지 않는다.

감사원이 2012~2015년 4월 치료 목적으로 일시 귀국 허가를 받은 106명을 대상으로 병원 치료 여부를 확인해보니 총 5명이 실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본국 입국 등을 목적으로 13회에 걸쳐 치료 목적 일시귀국 허가를 받고 귀국했다. 한국과의 거리가 가까운 주일본대사관 등에 집중돼 있었다. 주일본대사관 1등서기관 D씨(현 주러시아 대사관 근무)은 2012년 병원 치료 등을 사유로 2회 8일간 일시귀국 허가를 받았으나 실제 진료는 받지 않았다.

주몽골대사관은 몽골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한국인 행정직원을 채용했다 감사에서 적발됐다. 몽골 대사관은 몽골의 학교에서 영어교사를 지내거나 몽골대학교를 졸업해 몽골어에 능통한 지원자들을 배우자가 몽골인이라거나, 몽골에 거주 중이라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몽골대사관이 최종적으로 뽑은 직원은 몽골어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도 않고, 관련 업무 경력도 없었다. 몽골어도 구사하지 못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몽골인 행정직원이 이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도 벌어졌다.

감사원은 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상위기관인 외교부의 규정이 개정됐지만 예전의 해외근무직원 보수 예규를 그대로 적용해 2012년 1월~2015년 6월까지 해외근무직원에게 특수지근무수당 명목으로 172만 달러를 더 지급했다. 이밖에 감사원은 외교부가 한아프리카센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행사준비대행 업체 등 외부 용역 업체를 부적절하게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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