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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힐러리는 루스벨트, 트럼프는 레이건 내세우는 까닭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ㆍ공화 주자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두 전직 대통령을 내세워 롤 모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주자들은 소련을 무너뜨린 레이건을 앞세운다. 루스벨트의 재현인가, 레이건의 부활인가의 구도다.

19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선 ‘루스벨트 정통성 공방’이 벌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이 중산층 증세에 반대하자 샌더스 의원은 “FDR(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약자)에 반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미국 민주당에서 루스벨트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비슷한 위치다.

루스벨트 따라 하기의 선봉장은 클린턴 전 장관이다. 지난 6월 선거 운동의 출발점인 첫 장외 유세를 뉴욕의 루스벨트섬으로 정했다. 이곳은 1971년 FDR을 기념해 루스벨트섬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곳에서 “루스벨트가 나라를 끌어 올렸고 후임 대통령에 영감을 줬다”고 외쳤다. 클린턴 전 장관의 대선 구호는 ‘보통 미국인의 대변자’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되살리겠다는 캠페인에 맞춰 대규모 공공사업과 노동자 권익 보호, 사회보장 제도 강화 등을 통해 대공황을 극복했던 재건 대통령 루스벨트에서 전례를 찾는다. 여기엔 근로자, 도시 서민, 진보적 백인 고학력층, 소수 인종을 한 텐트로 끌어 모아 대선에서 승리하는 루스벨트의 ‘뉴딜 연합’ 공식을 쓰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샌더스 의원 역시 지난달 19일 루스벨트를 거론하며 자신의 사회적 약자 지원 정책이 루스벨트의 연장선 임을 강조했다.

공화당에선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레이건을 베낀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다시 위대한 미국으로(Make America Great Again)’은 80년 레이건이 대선전에서 사용했던 슬로건이다. 이른바 스타워즈로 불리는 전략방어계획(SDI)으로 소련을 궁지에 몰고, 83년 좌파 정권이 등장한 남미 그레나다를 침공하며 ‘강한 미국’ 대외 정책을 구사했던 레이건과 자신을 닮은 꼴로 만들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9월엔 “내가 레이건을 도왔고 레이건도 나를 좋아했다”고 주장했다가 거짓말 논란까지 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레이건 당시의 백악관은 트럼프와 거리를 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를 뒤쫓는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민주당을 선호하면서도 레이건의 미국에 향수를 느끼는 ‘레이건 민주당원’을 흡수하겠다는 확장 전략을 내걸었다.

루스벨트와 레이건 따라 하기엔 각각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 미국에선 ‘8년 주기설’이 일반적이다. 연임한 정권이 야당에 집권을 넘긴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인 루스벨트를 내걸며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 재집권에 대한 피로감을 희석시키려 한다. ‘레이건 어게인’은 80년 대선 때 레이건이 꺾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전제돼 있다. 79년 이란 팔레비 정권이 붕괴한 뒤 미국 대사관 직원 50여명이 인질로 잡혔지만 카터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우유부단 정권으로 비판 받다가 미군 특공대의 인질 구출 작전 마저 실패하는 외치의 참사를 겪었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소극적이라는 오바마 대통령과 카터를 동일시하게 만들어 정권 교체론을 강화시키려는 심리적 복선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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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