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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약값 폭리 등으로 번 12억원, 모교 기부했더니…

동문이 고등학교에 부정하게 모았을지도 모르는 돈 100만 달러(11억 8000만원)를 기부했다면 어떨까. 그것도 뒤늦게 그 돈이 부정한 돈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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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쉬크렐리. [트위터 캡처]


뉴욕 명문 고등학교에 100만 달러 기부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란의 주인공은 ‘파마 브로(Pharma Bro·제약왕)’로 불리던 마틴 쉬크렐리(32) 전 튜링제약 최고경영자(CEO). 알바니아계 이민자 출신인 쉬크렐리는 고등학생이던 당시 크레이머, 베르코비츠&컴퍼니 헤지펀드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교를 중퇴한 그는 20대 중반에 헤지펀드 회사 엘레아캐피털 등을 차렸고 2009년에는 MSMB캐피털을 창업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후 희귀병을 앓던 여동생의 영향으로 제약산업에 눈을 돌려 레트로핀을 창업했고 튜링제약을 인수했다. 그는 젊고 창의적이며 자선사업까지 하는 차세대 인재로 주목 받아왔다.

그는 지난 3월 그가 다녔던 뉴욕 맨해튼에 헌터 컬리지 고교에 101년 역사상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당시 학교 교장을 비롯해 학교관계자들은 졸업도 하지 않은 쉬크렐리가 거금을 기부한 것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에이즈(HIV) 치료에 쓰이는 항생제 다라프림 특허권을 인수한 후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인수 전 13달러 50센트(1만 6000원)하던 약값을 750달러(88만 8000원)로 55배나 값을 올려 팔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감염병협회와 에이즈의학협회는 “60년간 널리 사용된 약값을 한꺼번에 올리는 건 부당하다”고 항의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단지 우리는 사업 유지를 위해 노력할 뿐”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전 직장인 레트로핀에서도 시스틴뇨증(장과 신장의 아미노산 운반 이상 질환) 치료제인 싸이올라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값을 4000달러에서 최대 14만 달러로 조정해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애틀랙틱은 그를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이익을 추구하는 냉혈한”이라고 평가했고, 데일리비스트는 쉬크렐리를 ‘미국에서 가장 미움 받는 사람’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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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주식 불법 취득 혐의로 체포된 쉬크렐리 [뉴욕 AP=뉴시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는 그가 기부한 2700달러(318만원)을 돌려주고, 만나자는 쉬크렐리의 요청을 거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도 그의 약값 책정에 대해 공개 항의했다. 그는 지난 10일 힙합그룹 우 탱(Wu-Tang)의 1장뿐인 새 앨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샤오린(소림)’ 구입에 200만 달러(23억 5700만원)에 구입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쉬크렐리는 지난 17일 레트로핀 주식 불법 취득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 혐의 등으로 피소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방식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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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크렐리가 200만 달러에 구매한 우 탱의 앨범 [트위터 캡처]


뉴욕포스트는 “헌터 컬리지 고교가 기부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의 기부금은 과학 기술 분야와 직업 훈련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쉬크렐리는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종종 학생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헌터 고교는 아직까지 기부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헌터 고교 동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인용해 “많은 동문들이 100만 달러를 돌려주고 새로 100만 달러를 모금해서 기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쉬크렐리의 재산은 5000만 달러(600억원) 가량이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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