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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멋진 '퓨리오숙'

[매거진M 143호]

TV보는 남자 - JTBC '님과 함께2'의 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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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관찰 예능은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흔한 포맷이 되어 버렸다. '아빠!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등 육아 예능을 필두로 '백년 손님 자기야', '아빠를 부탁해' 등의 가족 예능, 그리고 '꽃보다 할배' 같은 여행 예능까지. 이러한 관찰 예능이 트렌드를 이끈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우리 결혼했어요'다.

2008년 설 명절 파일럿 방송을 처음으로 2015년 12월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무려 8년간 40여 커플의 가상 결혼 생활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어왔다. 리얼리티와 버라이어티를 오가는 구성으로, 많은 스타 커플이 이른바 민낯에 가까운 매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고, 프로그램은 ‘예능 스타’발굴의 디딤돌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소꿉 놀이에 가까운 이들의 역할 놀이는 결혼이라는 제도화된 현실을 극대화된 판타지로 만들었다. 화려한 결혼과 예정된 이별 만이 존재할 뿐 출산, 육아, 이혼 등 결혼이라는 생활의 네거티브한 갈등 요소는 모조리 배제한 채 즐기는, 모두가 패를 아는 게임이랄까.

이에 반해 요즘 방영되고 있는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2'는 가상 재혼을 내세웠던 첫 시리즈와 달리 재혼에서 만혼으로 컨셉을 변경하며 최근 김숙과 윤정수라는 개그맨 커플을 앞세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를테면 불혹이 훌쩍 넘어서도 각각의 이유로 ‘우리 결혼 못했어요’의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조합은 너무도 다른 둘의 개성을 극대화한 모습으로 가상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성역할 전복의 쾌감까지 전하고 있다.

가상부부라고 하지만, 파산 선고를 받은 경제력 제로의 신랑 윤정수와 소문난 알부자로 경제력의 우위를 점한 신부 김숙의 조합 자체가 파격적이다. 여기에 ‘사이다’라고 할 만큼 톡 쏘는 직구를 거침없이 날리는 김숙의 화법이 재미를 더한다. 이를테면 재정적으로 우위인 김숙은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하는 남자가 이상형이다”라며 파산 선고를 받은 윤정수에게 “밖에 나와 돈 벌 거 없다”고 화통하게 얘기하고, 황학동 시장에 쇼핑을 나온 윤정수의 빈 지갑에 돈을 넣어준다. "걱정마 난 남자와 아이는 안때려" "남자가 웃어야 집안이 평화롭다" 같은 대사로도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이런 매력 덕분에 ‘숙 크러쉬’('걸 크러쉬', 여자가 여자에게 반한다는 뜻), ‘퓨리오숙’(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여주인공 퓨리오사) '갓숙' 등의 별명까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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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1995년 KBS 공채12기로 데뷔한 개그맨 김숙은 그동안 여성 개그맨들과 호흡을 맞춰 인기를 끌었던 '무한걸스'를 제외하고는 딱히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 타고난 개그감과 특유의 거침없는 화술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았던 그녀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2'는 급상승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에서 관성적으로 쓰였던 ‘미숙하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화끈하고 가모장적인 여성 캐릭터’ 등장한 것이다.

기존 결혼 예능의 커플들이 연출된 상황에서 대본에 따라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답답함과 함께 관념화된 성역할의 반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면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2'속 김숙의 캐릭터는 매 상황 마다 통쾌함을 선사하는 ‘여성 캐릭터 드라마’로서 비칠 정도다. 특히 결혼이라는 제도 내에서 성역할의 분담이 여전히 요원한 현실과 비교해볼 때 비록 예능의 틀 안에서긴 하지만 배우자가 아닌 상대방으로서 분명히 의견을 개진하고 선택권을 가진 그녀의 모습은 심지어 반할만큼 멋있기까지 하다.

김숙이 이토록 돋보이는 것은 김숙-윤정수 커플이 그만큼 '케미'가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알콩달콩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스스로 둘의 관계를 '쇼윈도 커플'이라고 밝히고(기자 간담회에서), "절대로 내 매력에 빠져들지 말라"고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흔히 우리가 품고 있는 '완벽한 커플'의 틀을 여지없이 깨어버린다. 삐그덕거리고 불완전한 커플의 모습, 그 자체로 시청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위로해준다.

방송계에선 여성 예능은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다. 그러나 '최고의 사랑-님과 함께2'는 김숙이라는 걸출한 캐릭터를 통해 새로움과 징크스 모두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여러모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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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