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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범, 강남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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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름난 R주얼리숍 운영자 김모(39)씨는 지난 7월 지인 15명이 “팔아달라”고 맡긴 다이아몬드와 시계, 현금 등을 갖고 잠적했다. 피해자 중엔 강남 부유층이 많았다. 한 알에 1000만원이 넘는 다이아몬드 판매를 맡긴 이도 있었다. ‘시세보다 20% 싸게 해외 물품 구매 대행’을 내세운 김씨의 인터넷 사이트 홍보 문구를 보고 찾아온 신혼부부 등 11명은 예물을 싸게 구입하려다 돈만 날렸다. 김씨는 4억원대 사기 혐의로 도주 2개월 만에 구속됐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이런 사건은 유독 강남에서 자주 일어나 경찰들 사이에선 ‘강남스타일 사기 사건’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며 “부유층이 많아 범행 대상을 찾기 쉽고 다른 지역 피해자에게도 강남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기 사건이 한국인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어난 사기 사건은 전국적으로 24만4008건이다. 하루 평균 668건. 시간으로 환산하면 2분9초마다 한 건씩 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컵라면 하나가 채 익기도 전에 사기 사건이 한 건 터진다는 의미다. 사기 범죄는 2010년(20만5913건)부터 2013년(27만1275건)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다소 주춤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법적인 절차보다 개인 간 정(情)에 따라 돈이 오가는 경우가 많아 미국·일본 등에 비해 사기 사건이 무척 많다”고 분석했다.

 사기 사건이 특히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압도적인 1위 지역이다. 2014년 발생 건수 7936건으로 2위 서초구(4478건)의 약 두 배 수준이다. 경찰 등 수사 당국에서는 부동산·명품 사기, 대형 투자 사기 등으로 압축되는 ‘강남스타일 사기’가 몰고 온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특히 다단계 판매나 유사수신행위 등 대형 투자 사기는 부유층이 많은 강남에 자리 잡아야 투자자들을 속이기 쉽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다”며 “강남에는 또 성형외과와 유흥주점이 전국에서 가장 밀집해 있어 관련 사기 사건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기 사건의 검거율은 연평균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검거율이 90%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컴퓨터 등을 이용한 사기 범죄(1만5197건)의 경우 검거율은 32.3%(4903명)에 불과하다. 범죄수익 회수율 역시 1%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사기 피해 총액 8조원 가운데 회수된 범죄수익은 약 730억원이 전부다. 피해 금액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사건도 15만6334건(64%)이나 됐다.

 범죄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선 사법·수사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검찰 특수부장 출신인 김주덕 변호사는 “사기범들은 사기로 벌어들인 돈으로 대형 로펌의 변호사를 고용해 형량을 낮추곤 한다”며 “범죄 수익을 끝까지 회수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등 사후 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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