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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왕치산 유임설, 중국 상무위원 ‘칠상팔하’ 규칙 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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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잠규칙(潛規則)’이란 말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어있는 규칙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 인선과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잠규칙은 ‘칠상팔하(七上八下)’다. 67세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지만 68세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칠상팔하의 잠규칙이 만들어진 건 2002년 16차 당 대회 때다.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68세인 리루이환(李瑞環)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정치국 상무위원 연임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이후 17차와 18차 당 대회 때도 이 잠규칙이 적용됐다.

 현재 중국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2017년 19차 당 대회 때 최고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공동으로 중국을 이끈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 류윈산(劉雲山) 이데올로기 담당,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상무 부총리 순이다.

 고위 인사의 3대 요소는 연령·정치경력·업무능력이다. 연령과 관련해 칠상팔하의 잠규칙을 적용하면 시진핑(1953년생)과 리커창(1955년생)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 문제는 반(反)부패 운동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왕치산도 칠상팔하에 걸린다는 점이다.

 왕치산은 1948년생으로 2017년이 되면 69세다. 그러나 호랑이(고위 관료)든 파리(하급 관리)든 또는 여우(해외 도피범)든 가리지 않고 철퇴를 휘두르는 그의 용기에 중국 인민이 열광하고 있다.

 왕치산 본인은 은퇴를 시사 중이다. 지난 2월 춘절(春節·설) 때 퇴직 고위 간부들과의 만남에서 “오늘의 여러분이 내일의 내 모습”이라고 말해 조만간 물러날 가능성이 있음을 넌지시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언론에서 ‘업무의 필요에 따라 계속 영도 직무를 맡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점이나 또 은퇴 연령과 관련한 잠규칙을 깨는 게 왕치산이 처음은 아니다라는 보도를 내고 있어 왕의 유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홍콩 언론에 따르면 5중전회 직전 100여 명이 넘는 고위 관리가 연명으로 왕치산이 19차 당 대회 때도 계속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아야 한다며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토의해줄 것을 당 중앙에 요청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차관급은 60세, 장관급은 65세가 정년이다. 그런데 왕치산과 같은 1948년생인 저우샤오촨(周小川)이 물러나야 할 해인 2013년에 다시 장관급 자리인 중국인민은행 행장 자리에 임명된 건 필요하면 사람을 계속 쓸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왕치산을 은퇴시키지 말고 유임시켜야 한다는 여론은 시진핑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시진핑과 왕치산 모두 홍색 가문의 자제라는 홍이대(紅二代)로 통한다. 두 사람은 또 지난 40여 년 간 우정을 쌓아 왔다. 지식청년 시절 한이불을 덮고 잔 적도 있으며 경제서적을 빌려본 사이다. 왕치산의 유임 여부는 결국 시진핑의 의지, 그리고 다른 파벌과의 타협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 봐야 할 건 칠상팔하의 잠규칙이 왕치산의 유임을 위해 구상영하(九上零下)로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구상영하가 되면 2017년 19차 당 대회 때 69세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70세는 그럴 수 없다.

 이 변화가 중요한 건 구상영하가 되면 2022년 20차 당 대회 때 시진핑의 나이가 69세여서 또 한 차례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헌법에 따르면 국가주석과 총리는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 sc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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