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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억원 ‘모딜리아니’ 사들인 왕웨이 “한국 미술에 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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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룽 미술관의 왕웨이 관장. 세계 미술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왕 관장은 한국 미술에 관심이 많다. 현재 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도록을 들고 있다. 도록 표지가 김환기의 작품 '푸른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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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왕웨이 부부가 사들인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 1972억원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이 됐다. [중앙포토]

 빨간 민소매 드레스에 모피 코트를 두른 왕웨이(王薇·52) 룽(龍) 미술관 관장은 한눈에 ‘문화굴기(?起)’에 나선 중국 대표선수처럼 보였다. 중국 미술계의 거물로 꼽히는 그는 중국의 금융재벌인 남편 류이첸(劉益謙) 신리이(新理益)그룹 회장과 함께 올해 세계 미술시장에서 단박에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11월 9일 뉴욕 크리스티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대표작 ‘누워있는 나부’를 1억7040만 달러(약 1972억원)에 낙찰 받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그림의 소유자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경매에서 한국인 컬렉터를 제치고 작품을 손에 넣어 더욱 화제가 됐다.

 19일 오후 상하이 푸시(浦西)에 있는 룽 미술관에서 왕 관장을 만났다. 콘크리트 외벽의 룽 미술관 내부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며, 급성장하는 중국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 왕 관장은 자신의 미술관 사업을 한국에서 배워왔다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지난 2005년 일본의 한 아트페어에 갔다가 일본·한국 등 아시아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11년 한국의 삼성미술관 리움을 방문한 뒤로 새로운 미술관 설립을 계획하게 됐다는 것이다. 리움미술관에서 소장품의 질과 전시방법에서 놀란 그는 1년 만인 2012년 푸둥(浦東)에 룽 미술관을 세웠다. 현재는 중국 고미술과 근대 혁명기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푸둥 룽 미술관과 현대 미술품 위주의 푸시 룽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 4월 28일에는 당대 실험작을 위해 충칭(重慶)에 세 번째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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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푸시에 있는 룽 미술관 전경.

 룽 미술관이 한국 미술계에서 관심을 모으는 까닭은 한국 작가들에 대한 왕 관장의 관심 덕이다. 왕 관장은 “사회 변화상을 담고 있는 한국의 현대미술 작품에도 매력을 느낀다”며 김환기, 백남준 등 유명작가의 이름을 열거했다. 실제 룽 미술관은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을 비롯해 박서보·이우환·정상화·하종현씨의 단색화를 소장하고 있고 백남준의 비디오 작도 설치해 놓고 있다. 푸시 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상상 돌위 현실’ 전 도록의 표지를 김환기 작품으로 할 정도다. 왕 관장이 20억원에 구입한 작품이다.

 왕 관장은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 불고 있는 한국 단색화 붐에 대해 “한국 미술의 발전 양상과 안정세를 볼 때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며 “2년쯤은 이렇게 가지 않을까 싶다”는 답을 내놨다. 앞으로도 단색화 등 한국 미술에 더 투자를 하고 싶다는 왕 관장은 1년 미술품 구입 예산이 얼마냐는 질문에 “컬렉션 예산은 정해놓지 않고 있다”면서 “남편이 돈을 많이 벌수록 컬렉션도 늘어나게 돼 좋다”고 에둘러 말했다.

 왕 관장의 남편인 류 회장은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한 뒤 핸드백 행상, 택시 기사를 거쳐 주식 투자 등으로 신리이 그룹을 세운 금융재벌.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최근 중국 미술시장의 급작스런 성장에 견인차 구실을 한 갑부 컬렉터의 대표이기도 하다. 현재 류 회장 부부의 자산은 170억 위안(3조원). 중국 부호 순위 30위에 올라있다. 왕 관장은 “돈이 생겨 부동산을 살 수도 있었지만 예술품 구매가 더 좋았다”며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사실 지난 26년 간 꾸준히 컬렉션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왕 관장은 또 “‘모딜리아니’를 사게 된 것은 푸시관 5주년이 되는 해에 맞춰 전 세계를 아우르는 미술전시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며 “룽 미술관 소장 작품으로만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의 현대미술 시장이 빠른 성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2년 간은 계속 가격이 오를 것 같다”며 “큐레이팅보다는 아시아 컬렉션의 리서치 부문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룽 미술관과 협업해 신미경 작가의 ‘화장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증가일로인 중국 미술관과의 관계 구축에 한국 미술시장 국제화의 한 길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의 미술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0억 달러(8조1천4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상하이=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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