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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살려낸 아리랑 1만 수, 서예사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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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이사장이 아리랑 1만 수를 한글 서예로 담아낸 가사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경=프리랜서 공정식]


“한글 서예로 구전(口傳) 아리랑 1만 수를 담아냈어요. 40년 한글 서예사의 쾌거입니다.”

 지난 18일 경북 문경 새재 옛길박물관을 찾은 이종선(61) 한국서학회 이사장은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붓으로 쓴 아리랑 가사집을 한 장씩 조심스레 넘겼다. 한민족의 애환이 담긴 아리랑의 노랫말이 최근 한글 서예로 집대성됐다. 문경시와 아리랑 연구자들이 그동안 수집한 아리랑 2만5000수 중에서 내용이 비슷하거나 저속한 것을 제외한 1만68수를 쓴 것이다. 한지장(韓紙匠) 김삼식(69)씨가 만든 전통 문경한지 한 쪽(45X60㎝)에 아리랑 가사 하나씩을 써 놓았다.

 참여한 서예 작가는 모두 120명. 1986년 창립된 한국서학회 회원이 주축을 이루고 일부는 초대했다. 한글 서예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망라된 것이다. 여성이 70%쯤 된다. 한글 서예에 푹 빠져 있는 귀화 일본인 후나타니 유카도 참여했다. “보세요. 같은 한글이지만 서체가 주는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 이사장은 한글 서체가 훈민정음해례본체·훈민정음언해본체·궁체·민체 등 크게 4가지로 나뉘지만 개성이 살아나는 민체는 작가마다 다른 서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쓰는 방식은 아직 세로쓰기가 대세였다. 가로쓰기도 이따금 보였고 여백의 미를 살린 글씨도 눈길을 끌었다. “한글의 세로 획이 아래로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힘과 아름다움에 작가들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갈수록 가로쓰기가 확대되겠지요.”

 이번 작업은 참여 작가에게 아리랑 가사를 나눠 주고 다 쓴 다음에는 감정위원회가 오·탈자를 일일이 점검했다. 한지만 7800장이 들어갔고 글씨를 쓰는 데는 500일이 걸렸다. 완성된 작품은 아리랑 200수씩 한 권으로 묶여 모두 51권의 책이 됐다. 한지 값 1억원 등 모두 7억원이 들어간 방대한 작업이었다. 서예 작가들이 2년에 걸쳐 한 주제로 글씨를 쓴 것은 한글 서예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수백 년 세월이 흐르면 21세기 한글 서예의 흐름과 아리랑 변천을 보여 줄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3일 문경시는 ‘아리랑 도시’ 선포식을 했다. 1896년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가 문경아리랑을 최초로 서양식 악보로 만든 것이 인연이다. 이번 대역사는 문경시의 의뢰로 한국서학회가 2013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아리랑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는 한글 서예 아리랑전을 마련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회원 70여 명이 아리랑 가사 160여 점을 전시했는데 반응이 놀라웠다. 한글 서예를 보급하고 발전시키는데 주력해 온 한국서학회는 이후 아리랑 노랫말 전체를 모아 써 보기로 하고 문경시와 협의에 들어갔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2013년 3월 한국서학회와 ‘아리랑 서예 쓰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경시는 아리랑이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장차 남북을 한데 묶을 아이콘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한글 서예 작업은 불력(佛力)으로 몽골 침입을 막아낸 팔만대장경에 빗대 ‘아리랑 대장경’으로 불리고 있다. 문경시는 서예 한글 아리랑 원본을 축소 영인해 5권 1질로 도록(圖錄) 1000질을 발간 중이다.

 이 이사장은 “해외에서 한국 서예의 정체성은 한문이 아닌 한글일 때 통한다”며 “서예 아리랑을 통해 차분하고 침착함을 기르는 서예의 인성 함양 효과도 다시 인식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문경=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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