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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한 줌의 도덕

한 줌의 도덕 - 임동확(1959~ )

 
기사 이미지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던 도중 중간 휴게소였던가

사막을 길게 가로지르는 도로 한 켠의 수로를 파기 위해,

단 한 명의 인부가 허리 굽힌 채 연신 곡괭이질 해대고,

단 한 명의 감독관이 그걸 바짝 감시하는 풍경과 마주친

어느 여성시인이 버스에 올라타려다 그만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세계는 위계와 감시의 거대한 판옵티콘(Panopticon·원형감옥)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리는 사람이 있고 부림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 다만 관계의 다양한 외피가 이것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그런 노예적 관계가 아무런 위장도 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사막은 위장이 사라진 공간이다. 우리 삶의 이 짐승 같은 민낯을 보고 “어느 여성시인”은 “평펑” 운다. 타클라마칸 사막은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그나마 남아 있을 ‘한 줌의 도덕’(아도르노)이 소중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임동확 시집 『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에 수록.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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