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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지원금 젯밥에 속타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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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구조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논란에 대해 총장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유감을 표명한다.” 17일 인하대 최순자 총장이 발표한 담화문 중 일부다. 학교 측이 추진하던 학과 개편안을 철회한다는 내용이다. 한 달간 이어진 교수·학생의 반발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최 총장은 지난달 구조개편안을 공개했다. 철학과·프랑스어학과를 폐지하고 영문과와 일본어학과 등의 정원을 줄이는 안이었다. 대학가의 예상처럼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교수들은 거세게 반대했고 학생회 간부들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최근 대학가엔 구조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프라임(PRIME·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 배경이다. 일자리 수요에 비해 배출하는 인력의 전공이 불일치(미스매치)하는 사범계·예체능계·인문계 학과의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 9곳을 뽑아 3년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원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3년간 한 개 대학에 300억원, 8개 대학에 150억원씩 제공된다. 여느 정부 사업과 달리 소수 대학에 몰아주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가천대·경희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처장은 “올 상반기 정부가 추진한 구조개혁 평가는 ‘등급이 낮으면 정원을 줄이라’는 식이지만 이번엔 구조조정하면 ‘당근’(돈)을 준다는 식이다. 등록금 동결로 가뜩이나 ‘돈줄’이 마른 학교 입장에선 일단 당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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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관심만큼 우려도 크다. 교육부가 정한 데드라인에 맞춰 급히 안을 짜다 보니 내부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한층 어렵다. 인하대의 한 교수는 “섣불리 추진했다가 구성원 간의 불신만 커졌다. 이젠 구조조정 논의를 다시 꺼내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원 15%를 조정하는 개편안이 나온 경희대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 대학 교수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국문학과와 전자전파공학과를 없애 웹툰창작학과를 만든다’는 식의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불신은 커졌다. 대학 정원 감축과 부실대학 퇴출의 근거가 될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정부의 입법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있는 모양새다. 중부권의 한 사립대 총장은 “교육부가 소극적인 국회를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대학에 ‘당근’을 쥐고 흔드는 식의 사업에만 집착하며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일자리-전공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조개혁은 대학에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실대학 퇴출, 구조개혁의 법제화에 ‘정면 승부’ 하는 자세를 보일 때 비로소 정부에 대한 불신이 사라질 것이다.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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