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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샤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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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김샤오핑. 김정은과 덩샤오핑을 합성한 말이다. 평양과 맨해튼을 합성해 ‘평해튼’이란 조어가 나온 것과 같은 경우다. 평양을 자주 드나드는 유럽 언론인들이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확산되는 것을 보고 만든 조어들이다. 그들의 눈에는 김정은과 북한의 경제 변화가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김정은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 싶어한다는 얘기는 2010년부터 북한에서 흘러나왔다. 북한은 당시 ‘김일성-건국, 김정일-국방, 김정은-경제’라는 새 프레임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델로 덩샤오핑이 적격이었다. 김정은이 덩샤오핑처럼 어린 나이에 유럽을 경험했고 모험을 즐기는 성격 때문이었다. 덩샤오핑은 프랑스 유학 시절 세계 발전의 흐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현대 국가의 상공업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김정은도 스위스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덩샤오핑이 1970년대 후반 특구 4곳을 지정해 개혁·개방을 과감하게 시도했듯이 2013년부터 중앙급 경제특구 5곳과 지방급 경제개발구 19곳을 지정했다. 하지만 덩샤오핑만큼 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국내적으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있고 국제적으로 미국과 관계개선이 되지 않아서다.

 덩샤오핑은 중국이 외국에서 투자와 기술을 가져오려면 먼저 국내가 안정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국 인민과 외부 세계에 중국이 권력 투쟁 중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동시에 미국과 손을 잡으려고 했다. 덩샤오핑은 한국·일본·대만 등이 현대화에 성공하면서 주로 미국의 과학과 기술, 자본, 교육에 크게 의존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개혁·개방을 선포하자마자 미·중 수교를 맺고 미국으로 달려가 카우보이 모자를 썼다.

 김정은도 덩샤오핑의 길을 따라가려고 한다.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에서 인민을 97차례나 외치는 등 인민제일주의를 내세웠고 최근 북·미 평화협정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덩샤오핑이 프로라면 김정은은 아마추어다. 최근 모란봉악단 철수에서 드러났듯이 덩샤오핑처럼 유연하지 못하다. 공포정치를 조성해 제대로 조언하는 참모마저 없다. 그래서 이번에 아직 아마추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꼴이 됐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에는 다행이다. 북·중 관계가 모란봉악단 공연으로 밀착하게 되면 북한에 있을 한국의 경제영토가 더 쪼그라든다. 중국은 5·24 조치로 한국이 북한의 경제 변화를 외면할 때 그 변화의 주역이 됐다. 한국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면 마치 한국의 독무대가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미 중국·일본·미국·러시아·싱가포르·호주 등이 소리 없이 북한 곳곳을 찜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이 외면하는 동안 북한을 훨씬 많이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이대로 지속되면 북한에서 한국의 경제영토는 개성공단밖에 없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라도 꼬인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더 깊은 한 숨을 내쉬기 전에.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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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